저는 개인플레이가 편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받은 만큼 나중에라도 돌려줘야 할 것 같고 괜히 신경도 쓰이고 그냥 나 혼자 끝내버리는 게 편하다 생각합니다.
이런 저의 성향과는 다르게 회사는 단체생활입니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지요.
공무원의 단체행동은 불법이에요. 물론 여기서 단체행동은 공무원노조의 집단 파업을 말하죠. 국가업무가 마비되면 큰일이니까요. 하지만 공무원은 단체행동을 좋아해요. 저는 참 불편한데 말이죠.
공무원이 좋아하는 단체행동 중 원탑은 '회식'입니다. 팀과장님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술 좋아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으시니 회식을 하고 싶어 하시죠. 지금 팀장님도 술을 많이 좋아하시는데 한 달에 두 번은 회식을 이야기합니다. 회식비를 본인이 내시긴 하지만 사줘도 가기 싫은 게 회식입니다. 저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회식때 하는 이야기는 단순 잡담과 남얘기이고 술만 마시니까요.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은 안 마시면 눈치도 보이고요(요즘은 강요 안 한다고 하지만 은근히 강요합니다) 다음 주에도 닭갈비 집에서 회식하자고 예약하라고 하시던데. 닭갈비든 소갈비든 맛없어요.
제가 신입일 때 처음으로 단체행동의 쓴맛을 보게 된 행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시산제!! 산악인도 아닌데 무슨 시산제냐 하시겠지만 등산 좋아하는 기관장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지죠. 기관장이 가면 밑에 국장, 과장이 가야 하고 과장이 가면 또 그 밑에 시중들어줄 직원들이 따라가야 하고요. 코로나 전에는 50인승 버스 대절해서 절반이상의 직원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축소되었어요. 가고 싶은 사람만 갑니다. 제가 처음 공무원으로 입직하고 신입일 때 억지로 끌려 간 적 있었는데요. 산에서 내려와 술 먹고 노래 부른 것 (장윤정의 '어머나'.. )밖에 기억이 안 나네요. 이제는 산에 안 가게 해 준 코로나가 고맙습니다.
요즘에는 공직에도 세대교체가 되면서 단체행동도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도 최근 단체 행동은 직원 결혼식이 있네요! 이것도 코로나 전에는 버스까지 대절해서 단체로 갔었는데 이제는 갈 사람만 갑니다. 저는 정말 친한 직원 아니면 축의금만 보내고 결혼식장에 가지는 않는데요. 팀과장님들은 전혀 안 친해도 가서 축하해 주시더라고요. 직원축하보다 국장님께 인사하고 얼굴도장 찍고 술 마시러 가는 거죠. 좋은 핑계니까요.
앗!!
글을 쓰다 보니까 결국 술이라는 결론이 났어요. 의도한 건 전혀 아닙니다. 회식, 시산제, 결혼식 모두 술이 포함되어 있어요. 이제 점점 개인화되어 가니까 단체문화도 빨리 사라지길 바랍니다. 이런 문화가 사라지기보다는 단체행동이 불편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회식을 안 가도, 산에 안 가도, 결혼식에 안 가도 저는 그냥 자기 일 묵묵히 하는 공무원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