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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키승 Mar 29. 2024

벙개인사, 안녕 못하십니다

열여섯번째 꼰무원들

매년 1월과 7월은 공무원 인사발령 시즌입니다. 한 부서에 3년을 근무하면 다른부서로 옮겨야 하죠. 정기인사에요. 하지만 정기인사가 아닌데 갑자기 발령이 났다? 그럼 뭔가 수상한 겁니다. (이건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죠.)


얼마전에 갑자기 과장님이 교체(?)되었어요. 공무원 8년차에 이런 경우는 처음봅니다. 주요부서에서 잘나가던 과장님이 갑자기 주요한 부서로 가셨네요. 직원이 벙개인사 되는 경우는 있어도 과장님이 벙개되는 경우는 없거든요. 전직원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이유는 '찍혔다' 죠. 기관장이 그렇게나 아끼던 과장이었는데 갑자기 저 멀리 날라가다니 이런 공포정치는 뭐죠?


'기관장이 원하는 대로 oo을 안했다.'

'행사때 주민이 500명은 왔어야 했는데 100명밖에 안왔다. '

'그 부서 직원이 큰잘못을 한걸 과장이 뒤집어 썼다.'  


등등....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각자가 느끼는 반응은 천차만별이네요.


당사자인 과장님은 멘탈이 강철인 분인가 봅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연세에 공직생활 30년도 넘으셨으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으셨겠죠. 만약 제가 당사자라면 씩씩 거리면서 몇달은 울상이었을텐데 과장님은 역시 다릅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과 자연스러운 언행, 기관장에 대한 태도 까지 과장님의 세상은 변한게 하나도 없습니다.  


직원게시판은 과장님 동정론이 지배적입니다. '너무한거 아니냐. 과장도 막 날라가는데 일개 직원들은 도대체 뭘로 보겠냐. 인간취급 안한다. 일하기 싫다...'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왈가왈부해봤자 뭐하겠어요. 그냥 우린 소모품인데.


이런식에 인사가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효율을 저하시킨다는 것을 알까요? 눈에 안보이니까 영향이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이 사건은 10년 후에도 직원들 머릿속에 각인되는 트라우마가 될 거에요. 사람을 사람답게 대한다면 직원도 조직도 효율이 올라가는데...이럴때는 AI공무원이 도입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정없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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