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꼰무원들
공무원도 이직이 가능합니다. 공무원 신분은 유지한 채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죠. 전입전출이라고 하는데 행정안전부에서 일하던 사람이 서울시청으로 갈 수도 있고, 국립대학교에서 일하던 사람이 구청으로 갈 수도 있어요. 나와 조건이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서로 자리교환을 하는 겁니다. 결혼하거나 원거리 출퇴근 때문에 전입도 오고 전출도 갑니다.
작년에 저는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다가 구청으로 전입을 왔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부딪히며 사회생활의 단추를 하나씩 채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 구청생활을 돌아보니 적당한 관계의 동료들과 안정화된 업무가 저의 일상으로 루틴화되었네요. 나를 괴롭히던 과장님도, 불여우 팀동료도 다른부서로 멀리 떠나갔습니다. 평온한 하루하루입니다.
지금은 과장님, 팀장님, 팀동료들까지 모두 좋습니다. 팀장님은 '배우고 싶은 교육'이 있으면 맘껏 가도 되고 쉬고 싶으면 휴가도 자유롭게 내라고 하십니다. 잔소리 안 할 테니 편하게 일하라고 하시네요. (팀장님 ㅜㅜ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합니다.... ). 물론 업무에 지장 없을 범위에서요. 부담 없이 일을 하니까 결과물도 더 좋고 일처리도 빨라졌네요.
여전히 공무원을 무시하며 화내는 민원인을 설득해야 하고, 밥값 7,000원을 받으면서 선거날 개표해야 하고(수당은 따로), 기관장의 악수행사에 머릿수 채우러 동원돼야 하는 부조리 천국에서 빡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 바로 옆에 있는 팀장님과 동료들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힘들었던 일은 모두 지나갔고, 그렇게 부르짖던 내 직업의 단점과 장점도 그냥 하나의 '점'으로만 남는 때가 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나가기에도 이만한 직업이 없고요. 안정적이기에 오히려 부담 없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거든요.
화창한 봄날, 평화로운 공직일상에 감사하며 공무원이란 직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공무원은 꿀인가 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