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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꼭 챙겨가세요!

챙겨 왔더니 요긴한 깨알 필수 해외여행 용품

by 위혜정

<여행용품의 미니멀리즘>이 철칙이었다. 물론 싱글 때의 이야기다. 아이를 낳고 원칙의 재조정이 필요해진 지금은 맥시멀리즘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긴다. '귀찮고 무겁게 이것까지 챙겨야 할까...' 했지만 챙겨 와서 그 쓸모를 톡톡하게 발휘하고 있는 몇 가지 해외여행 용품을 정리해 본다.


첫째, 맥가이버 칼이다. 코로나 전, 코타키나발루에서 망고를 엄청 먹었을 때 과도가 없어서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 다음 해외여행 때는 기필코 챙기리라 별렀던 아이템이라 이번엔 일 순위로 공수해 왔다. 몇 천 원 밖에 하지 않는 칼이지만 열대 과일을 먹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용품으로 매일 열일 중이다. 특히나 동남아시아의 국가로 여행 갈 때는 놓고 오면 아쉬운 필수품이니 꼭 챙기자. 단,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이기에 짐을 쌀 땐 반드시 수하물에 넣어서 가져와야 한다는 점!


둘째, 친환경 세제이다. 혹시 몰라 조그마한 약병에 챙겨 왔다. 웬걸, 안 챙겨 왔으면 너무나 아쉬웠을 것 같다. 텀블러를 매번 물에만 헹구기 찝찝할 때, 과일을 먹거나 호텔 룸에서 주문 음식을 먹은 후 숟가락과 젓가락을 씻을 때, 심지어 개인 스노클링 장비를 가져가지 않았을 때 유용하게 쓰인다. 감각이 예민한 아들은, 여행지에서 스노클링 용품을 받자마자, "엄마, 이거 다른 사람이 쓴 거 아니에요? 닦아주세요!" 한다. 개인 장비를 챙기지 못한 어미의 불찰도 있었으나 혹시나 몰라 챙겨간 세제가 이를 상쇄를 해준다. 그 자리에서 받은 식용물로 깨끗하게 세척하여 아들의 의심을 잠재웠다. 이게 없었으면 아들은 스노클링을 하지도 않았을 텐데, 나의 선견지명에 크게 자화자찬했다.



셋째, 빨래 비누, 고무장갑, 빨랫줄이다. 챙기면서도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막상 여행을 해보니 그렇게 요긴할 수가 없다. 론드리 서비스를 이용한다지만 매일 같이 수영을 하는 아이의 옷가지가 나올 때마다 갖다 맡길 수 없다. 게다가 간단하게 속옷이나 양말 빨래를 하고 널어 말릴 때는 빨래 용품들이 기가 막힌 유용성을 자랑한다. 없었으면 진장 아쉬웠을 것 같다. 한국의 여름이 건기이고, 한국의 겨울이 우기라서 발리의 우기에 여행을 갈 경우에는 반드시 에어컨을 틀어 놓고 빨래를 건조시켜야 눅눅함 없이 말릴 수 있다. 꽉 짜서 마른 수건에 꾹꾹 눌러 물기를 추가로 빼준 다음, 드라이기를 살짝만 돌려줘도 건조 된다.


넷째, 마스크다. 감기에 걸리거나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을 다닐 때 사용하기 위해 챙긴 마스크는 다른 용도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발리의 모든 곳이 공기 청정지역이라고 생각했다면 뜻밖의 쾌쾌함을 들이마셔야 하는 당혹감을 겪게 된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지역은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매연이 상당하다. 호텔 앞 마트에서 매일 싱싱한 과일을 사 먹기 위해 5분 정도 도로와 딱 붙어 있는 갓길로 걸을 때면 항상 마스크를 썼다. 2차선 도로임에도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한 데 엉켜 4차선처럼 질주하며 뿜어대는 매연으로부터 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발리는 공공장소 금연 법규가 없다 보니 여기저기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배를 타러 섬에 들어가는 페스트 보트(Fast Boat)를 기다릴 때였다. 웨이팅 스폿(Waiting spot)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사람들이 하나 걸러 하나씩 담배를 입에 물고 있어서 줄담배를 피듯 숨을 못 쉴 정도였다. 한 명이 멈추면 옆에 있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담뱃불을 붙여대니 마스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발리의 뜨거운 태양 빛에 얼굴이 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다면 그 또한 마스크가 큰 역할을 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태닝을 목적으로 동남아를 방문하는 분이라면 패스!


다섯째, 상비약이다. 발리 밸리를 비롯해서 약한 스테로이드 피부 연고 유용했다. 장염 복통약은 미리 처방해서 가져온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챙겨 먹였다. 그외에 특히 더운 날씨에 어디서 느닷없이 벌레에 물릴지 모른다. 아토피 연고를 챙겨 왔는데 없었으면 큰일 날뻔했다. 벌레에 물린 아이의 눈 주변이 퉁퉁 붓기 시작했고 후시딘 하나 챙겨 오고 리도멕스나 아스트로반 등의 연고를 가져오지 않은 탓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버물리는 눈 주변이라 발라줄 수가 없다. 얼른 형님에게 SOS를 쳤고 지인인 소아과 의사에게 한 다리 건너 원격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출국 전, 개인적으로 챙겨 온 아토피 연고와 그분께 처방전을 받아온 아디팜 알약을 하루 2회 함께 복용하라는 말을 듣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루 이틀이 지나니 몰라보게 부기가 가라앉았다. 해열제를 비롯한 상비약은 빵빵하게 챙겼지만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서 피부 연고는 꼭 빠뜨리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가슴에 새긴다.


챙길 결심을 하지 않으면 그냥 놓쳐버렸을 물품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소소하지만 부재의 공백을 깨알 같이 매꿀 수 있는 필수템, 발리 여행시 꼭 챙겨 갈 것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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