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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체 Aug 22. 2019

턱 끝까지 차오르는 말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

겨우 숨을 쉰다.
내가 사는 신촌에 반짝반짝 빛나는 빛이 살고 있다. 어떤 날엔 그 따뜻한 빛-가에 다가가 온기를 나눠 받고, 어떤 날엔 그 빛이 만들어준 그늘에 가서 숨을 쉰다. 어떤 날엔 너무 뜨거워 등 돌려 외면하고 또 다른 어떤 날엔 두 눈 크게 뜨고 그 빛을 본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이렇게 벅차고 바쁜 일인 줄 몰랐다. 너라는 거울에 나를 비춰 너를 한 번 보고, 나를 한 번 보면 내 짧은 하루가 다 간다. 지금도 어디선가 숨 쉬고 있을 네가 궁금해 손에서 폰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늘 기분은 어떤지, 밥은 먹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하루 온종일에 걸쳐 묻는다.


예전보다 가까이에서 본 너는 훨씬 더 뜨겁고 평온하더라. 하루에도 몇 번 너에게 반하고 너 때문에 절망한다. 넌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인데, 그런 네 앞에서 내 감정은 너무나도 속절없다. 마음을 정말 예쁘게 쓰는 너,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 기분과 상황까지 진심을 다해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너의 태도에서 삶을 배운다. 그 태도는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 꾸며낸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을 향하고 있어서 나는 매번 위로를 받는다.


네가 빛이라면 넌 은은한 달빛이 아니라 노골적이고 답 없는 태양빛인 것 같아. 넌 오늘도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키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네가 매일 조금씩 나눠준 빛 한 줌으로 나는 발전기를 돌린다. 피곤할 땐 조금 쉬어도 괜찮다는 네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도 힘이 나고, 앞으로는 괜찮을 거란 너의 말에 힘든 일들도 흘려보낼 수 있다. 너랑 함께일 땐 어떤 큰일이 닥쳐도 괜찮을 것 같아.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해내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아. 네가 보내준 위로를 곱씹으며 내일은 조금 더 잘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을 낸다. 어느새 이런 일상이 요 며칠 나에겐 일과가 되었다.


이 많은 사람들 중 왜 하필 자기를 좋아하냐며 묻는 네가 신기하다. 넌 어디에서 왔을까? 네 주변 공기에 네가 내보내는 온갖 따뜻한 메시지와 상식들이 좋다.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움츠린 나에게 괜찮을 거라고,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말해주는 너의 미소가 난 좋다. 나도 몰랐던 내 뾰족한 마음을 먼저 알아봐 주고 사과해주는 네가 좋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다면서 사실은 아주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예민한 네가 좋고, 어떤 상황에선 말도 안 되게 빠르고 정확하게 행동하는 기민한 네가 좋다.


내가 데려간 곳에서 다음엔 여자 친구랑 오겠다고 얘기하는 너는 밉다. 자기에겐 둔감해져도 괜찮으니까 내 마음을 먼저 챙기라고 말하는 너의 정중한 거절이 너무 잔혹하고 아프다. 우리는 예전보다 조금 편해졌지만, 딱 편해진 그만큼 끝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 무섭다. 너에게 고백한 뒤 밥도 잘 넘기지 못하던 나는 어느새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게 되었다. 곧 끝나겠지 생각하면서도 이 시간을 기록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런 너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부끄럽지 않아도 되는 너라서 다행이고, 터져 나오는 말들을 참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너라서 다행이고, 이런 나를 다행으로 여기는 너라서 다행이야.


나의 모든 날들을 다 주고 싶어.
내 희망을 모두 전하고 싶어.
너와 작은 일상을 함께 하는 게
내 가장 큰 기쁨인 걸 넌 알까.
내 세상 속에 넌 빛이 되어
지금 모습 그대로 내 곁에만.


내게 온 너란 빛이 눈부셔도
니 앞에서 한 순간도 눈 감지 않아.
다가올 시간도 계절의 바람도
널 데려가지 못하게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더 아름답게 널 안을 수 있게.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

― 마크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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