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예식업소 결혼식의 풍경은 '축복의 정원'보다는 '일용직 공장'에 가깝다. 부부를 "일괄적으로 찍어내겠다"고 다짐이라도 받은 듯 모두가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복식에 쓰이는 색은 여전히 남녀가 유별하고, 사진이나 진행의 구도도 똑같다.
지난 6월 초여름의 결혼식도 다를 건 없었다. 먼저 예식업소에 드디어 체인점까지 등장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먼저 수요가 있다는 게 신기했고, 동시에 '있을 만하다'는 예상에 도달하자 서글펐다.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채 획일적으로 휩쓸린다는 예상이다. 예식업소도 체인점이 늘 그렇듯 나쁘지 않은데, 동시에 나빴다.
결국 한 시간마다 체인점에서 부부의 인연이 맺어지는 장관이 펼쳐졌다. 부부는 대기표를 들고 순번을 기다리는 맛집 손님 같았다. 뒤에 기다리는 손님이 있어서 시간이 되면 나가야 한다는 점이 같았다. 맛집보다 많이 비싸다는 점은 달랐다.
천안 기차역에서 예식장으로 데려다준 버스 기사는 "한 시간 뒤에 다시 출발한다"고 하객에 일방적으로 공지했다. 다시 말해 그 시간 내로 돌아오지 않으면 끝이라는 말이다. 주변 교통편은 원활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거나,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모두가 잠자코 버스에서 내렸다. "축하한다"며 웃는 표정들이 무색했다. 눈도장만 찍고, 빠르게 뷔페로 직행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 시간'으로 여야 대통합의 꿈을 이룬 축하는 나에게 전혀 '축하'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하객들은 선수였다. 모두가 능숙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미리 뽑아둔 현금을 돈봉투에 넣었고, 대충 이름을 잘 보이게 적었다. 붓펜이나 봉투 등 필요한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대부분이 제 집처럼 알고 있었다.
주최 측도 돈 낼 사람을 정확히 기다리고 있었다. 돈을 내야 식사권을 줬다. 일정한 액수 기준이 없었던 게 다행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시끄러운데 조용했고, 하객들은 친밀한데 어색했다. 처음 보는 것 같았는데, 또 밝게 인사를 나누며 돌아다녔다.
식이 시작되기 전 신부는 대기했고, 신랑은 움직였다. 신부는 수동적이었고, 신랑은 동적이었다. 신부는 화장이 지워질까 옆에서 계속해서 파운데이션을 두드려대야 했고, 화장이 번질까 봐 크게 웃지도 못했다. 두 손은 가지런히 모여있어야 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눈을 크게 떠야 했고, 미소를 살며시 짓는 등 가만히 정지해야만 했다. 사진이 흔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때 신랑은 쉴 새 없이 악수를 하고 다녔다. 어깨가 몹시 흔들렸다.
주례 역시 아주 능숙했다. 흰 장갑이 먼저 눈에 띄었다. 백색의 재킷 윗주머니와 너무 잘 맞아서 조화처럼 보이는 꽃이었다. 연설문에는 "배려"와 "초심"이 도합 13번 들렸다. 하객은 1번도 웃지 않았다. 그러나 의자의 방향은 주례자가 있는 방향으로 강제돼 있었다. 박수소리는 매우 컸다. 주례자는 뿌듯해했다.
식이 끝난 뒤 사진 촬영은 어색했다. 입꼬리만 올리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가 보이는 사람과 눈가에 주름이 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진사는 "웃겠습니다" "좋은 자리잖아요" 따위의 말을 반복했는데 웃기는 재주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웃는 사람이 없었다.
정작 식은 20분 정도가 걸렸다. 반면 식사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한식과 중식, 양식과 일식 등이 가득했다. 예식업소 체인점은 맛집이 맞았다. 맛있었다. 체인점도 '맛'의 수요에 주목했구나 싶었다.
식당에 한복을 입은 신부, 신랑이 찾아왔다. 식사는 마쳤는지 궁금했다. 중년의 여성이 신부에 "애기 때 봤다"고 하자 신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당연히 "기억난다"는 말은 돌아오지 않았다. 중년의 남성들로 구성된 테이블에서는 신랑에 "노래를 불러라"며 박수를 쳐댔다. 신랑도 신부와 마찬가지로 웃어줘야 했다.
밖을 나섰다. 버들나무 꽃잎이 무성했다. 숨통이 트였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결혼식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누군가 부를 계획도 없고, 거창하게 할 계획도 없다. '나'에서 '우리'가 되는 공간을 그런 식으로 메우고 싶지는 않다. '낭비'인 단어들이 너무 많은 듯하다.
이러니 결혼식에 가면 나의 마음은 자주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