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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Studio Nov 17. 2016

조이 ZOE라는 이름

생명, 기쁨, 삶

최근 '부영아. 너 얼굴이 좀 편해진 거 같아.'라는 말을 들었다. 

또 친구에게 '나 요즘 조증인가? 말이 많아졌어. 아님 조울증인가?' 물었더니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조울증은 조가 계속되고 울이 계속되는 증상이지 기분이 오락가락한다고 다 조울증은 아냐. 그냥 인간이 원래 감정적이어서 오락가락하는 거지.'라고 답해주었다. 


왜 나는 얼굴이 편해지고 말이 많아졌을까? 


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는 조증이 아니라 그냥 기분이 좋은 것이다. 어떤 증상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난생처음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비전을 갖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다. 악의 없는 순수한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곧 사랑 받음이다. 나는 그냥 기뻐 생기를 되찾은 것뿐이다.  


청소년부 담당 목사님이 지난 설교에서 '우리 이제 그만 잊어버리자.'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우리의 죄를 도말하여 주시는 아사셀 염소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으면 이제 그만 잊어버려야 하는데 나는 강박 안에 나를 가두어두었다. 죽은 그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는가? 나의 죄악 됨을 어떻게 잊을 수 있는가? 죄책감의 강박에 나를 가두었다.


 #1장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알게 해 준 교훈

톰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내가 전부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악몽은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화학약품의 도움을 받으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열렬히 동의하던 시절이라, 나는 톰에게 악몽을 꾸는 빈도를 줄이고 악몽의 수준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입증된 약을 처방했다. 그리고 2주일 뒤 다시 만나 상담하고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약속한 날짜에 다시 찾아온 톰에게 나는 잔뜩 기대하며 약이 효과 있더냐고 물었다. 톰은 약을 한 알도 먹지 않았다고 했다. 짜증이 밀려왔지만 꾹꾹 누르며, 왜 먹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약을 먹으면 악몽이 사라진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내 친구들, 그들의 죽음을 다 헛된 일로 만들어 버리는 거잖아요. 전 베트남에서 죽은 친구들을 위해서 살아있는 기념비가 되어야 해요."

나는 망연자실했다. 죽은 이들을 향한 충성심은 그가 삶을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톰의 아버지가 친구들을 향한 헌신의 마음으로 삶을 이어 갔던 것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전장에서 겪은 일들은 두 사람 모두에게 인생의 나머지 시간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몸은 기억한다,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전쟁을 겪은 군인들은 트라우마 안에 머물러 있기를 원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기쁜 삶을 산다는 것은 곧 죽은 친구들에 대한 배신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묵상하게 되었다. 더도 말할 것 없이 그날의 설교를 들은 우리 부목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도 이제 그만 잊어버려.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지 마. 언니는 너무 과거 사건에 언니를 옭아매어 둬.' 인정이 되었다. 나는 트라우마 안에 웅크리고 앉아 내 남은 삶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기로 작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러 기억해내어 괴로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날이면 그런대로 두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씩씩하게 살아내기로 했다. 이 과정 가운데 꿈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기쁜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내 영어 이름은 조이 ZOE다. 발음하기 쉽고 '생명, 기쁨, 삶'이라는 뜻이 있다길래 선택했다. 생명력과 기쁨, 이것으로 가득 찬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올해 초 홀로 유럽 여행에 가서 느꼈던 성취감, 순수한 기쁨,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 또한 ZOE였고, 내 삶에 일어난 고난으로 인해 꿈을 갖게 된 것 또한 ZOE다. 자연스러운 감정적 들뜸을 잘 누리고 주변의 도움에 감사하며 그저 Keep going Keep going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체코 프라하, 레트나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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