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의 자가격리 이야기 1일차
<저는 지금 자가격리 중입니다. 1>에 이어 계속됩니다.
운전대를 잡은 나는 코로나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운 가슴을 붙잡고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몸살감기 진단을 받고 서둘러 병원을 탈출해서 집에서 따뜻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내가 찾은 병원은 이비인후과였는데 이곳에서도 내가 조금 전 했던 것 같은 코로나 신속항원검사가 한창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검사받는 공간과 진료를 받는 공간은 분리되어 있었다. 슬라이딩 도어가 유리로 되어 있어 검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떨어져 있는 내게도 전달되는 듯하다.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진료실로 입장했다. 몇 가지 문진과 함께 청진기로 진찰을 하던 의사는 내게 보건소에서 받은 신속항원검사가 믿을 수 없다며 이곳에서 재검사하는 것을 요청했다.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이내 의사의 말에 수긍하고 나의 코를 내어드렸다. 의사는 긴 면봉으로 내 콧속 깊숙한 곳을 확인한 후에 검사 테스트기에 두 줄이 나왔다는 사실을 내게 전했다. 헉; 음성이라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조금 신나게 달려왔는데 양성이라니... 내가 코로나 확진자라니... 어쩔 줄 모르는 나에게 의사는 자신의 역할은 이런 것이라고 설명하듯 코로나 확진 판정이 적혀있는 결과지를 내게 전달하며 PCR 검사를 받으라고 권면했다. 4층에 위치하고 있던 병원을 나와 계단으로 지하 2층에 있는 주차장까지 단번에 내려왔다. 으슬으슬 대던 몸 상태는 더 심각해진 것 같다. 시간을 보니 11시.
다시 보건소로 향하기엔 부담스러웠다. 2시간 넘게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리기 싫기도 했고 음성이라는 거짓 결과를 마주했었기에 신뢰가 떨어지기도 했다. 병원에서 전달한 안내지에 적혀있는 차로 20분 걸리는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음성이 나왔다고 별일 아니라고 상황을 전했던 아내와 사무실 직원들에게 이번에는 양성이 나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야 했다. 기관 운영이 원만하지 않은 책임을 느끼고 죄송스러운 말씀을 드렸고 재단 사무국에도 상황을 알렸다. PCR 검사 결과가 음성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11시 40분쯤 선별 검사소가 마련된 지역 내 병원에 도착했다. 대기 인원의 줄이 길게 늘여져 있긴 했지만 보건소만큼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사무국 직원과 상황 대처 방안에 대해 통화하며 대기하고 있었는데 대기라인 옆에 설치되어 있는 인근 마트의 스피커에서 이곳에 서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는 댄스음악이 흘러나왔다. 야속했다.
여전히 검사소에는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매서운 추위가 살을 에는 것처럼 힘겨운 시간이 30분 정도 흘렀을 때 문진표를 작성하고 드디어 검사가 시작되었다. 숙련된 의료진의 안내와 검사 진행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검사 결과는 오늘 저녁 또는 내일 새벽쯤 문자로 안내될 것이라는 건조한 의료진의 안내를 받고 그곳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집을 향하기 전에 아내에게 상황을 전했고 학원에 가있는 아이들의 하원을 논의했다. 아내도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아이들의 하원을 위해 학원과 통화하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나도 일단 집으로 가서 문을 닫고 조용히 귀거하고 있겠다고 대답했다.
통화 종료 30분 후 집 안 화장실 한 곳에서 잠시 대기했다가 아내가 마련해 준 자가격리 공간에서 멍하니 앉아있다. 조금 더 철저하고 조심했어야 했는데...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버렸다는 사실에, 가족과 직장, 지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에 미안하고 힘겨운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아내가 늦은 점심밥을 차려주었다. 짜장밥과 계란국, 분명 맛은 있는데 넘어가질 않는다. 겨우겨우 반 그릇 정도를 비우고 곧바로 방 안에 마련된 침구 위에 몸을 누이고 잠에 들었다. 어지럼증과 오한, 그리고 하루 동안 3번에 콧속을 허용하느라 고단했나 보다.
1시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난 이번 주해야 할 업무처리가 남아있다는 사실에 서둘러 연락해야 할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진행해야 할 프로그램이 취소되었다는 말씀을 문자와 전화로 전달하면서 업무를 정리했다. 그 사이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근처 병원을 찾아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했다. 검사를 받을 때 딸아이의 울음이 터지긴 했다지만 모두 음성이라는 결과가 나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PCR 검사 결과가 문자로 날아왔다. 최종 결과 '양성'
이미 자가격리를 하곤 있지만 가슴이 뻐근하다. 설마 했던 순간들의 연속이었는데 실제가 되니 마음이 불편하고 힘겹다. 나와 공간을 함께했던 분들에게 피해가 전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고 기관운영에 차질을 빚어 책임이 무겁다. 피할 수 없던 현실이었을지 나름의 복기를 해보지만 오미크론의 확산속도로 보았을 때 그마저도 소용이 없는 듯하다.
보건소를 통한 안내 문자를 아직 받지 못했지만 난 현재 백신을 2차까지 맞고 90일이 넘은 상황이니 아마도 7일 정도 격리를 하며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좁은 공간에 있어 답답하긴 하긴 하지만 노트북을 통해 글도 쓸 수 있고 저녁밥도 든든히 먹은 상태여서 그런지 오전보다 한결 가뿐하다. 이렇게 감기처럼 무탈하게 넘어갔으면 좋겠다. 나도,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도.
_by 레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