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크북크님의 회사인 북크폭스의 개업식에 다녀왔습니다.
북크북크님은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2년이 채 안 된 지금, 책 2권을 출간하고 9만 명이 넘는 SNS 팔로워를 확보한 분입니다.
종이책은 언감생심, 전자책 하나 완성하지 못한 저는 북크님이 이루어내는 성과에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많은 분들의 환호와 응원 속에 개업식의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이었어요.
밖으로 나왔다가, 묵직한 가방을 메고 납작모자를 쓰신 - 작가의 이미지를 한가득 풍기는 분이 북크폭스의 다른 대표님께 하시는 말씀이 들렸어요.
"지금 이 시장이 상당히 포화되어 있어요.
책을 사는 사람도 많이 줄었고, 강의 시장에도 강사들이 넘쳐나요."
개업하는 집에 와서 무슨 초를 치는 소리인가 싶었어요.
그러나 잡음이 있을 만큼 많이 알려졌다는 좋은 의미로,
또한 무조건적인 낙관을 경계하라는 염려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하며 저 혼자 어깨 한 번 으쓱했습니다.
글을 써서 유명한 작가가 되고 돈을 벌겠다는 것과,
노래를 해서 유명한 가수가 되겠다는 게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노래가 좋다고 유명해지는 게 아닌 것처럼
글이 훌륭하다고 책이 잘 팔리는 게 아니고,
노래를 잘한다고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게 아님과 마찬가지로 글을 잘 쓴다고 유명한 작가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노래를 잘해서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게 꿈인 아이를 볼 때에는 굉장히 희박한 가능성을 좇는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계속 써서 잘 쓰게 되면 당연히 유명한 작가가 되고 강사가 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과 할 수 없는 영역을 또 헷갈리고 있었어요.
글을 잘 쓸 때까지 계속 쓰면서 실력을 높이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유명해지는 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물론 다양한 SNS에 자주 글을 올리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유명세를 담보하는 건 아니지요.
내가 할 수 있는 것, 즉 매일 읽고 쓰기에 집중하고,
그전의 삶을 가끔씩 돌아보면서 뿌듯해하면 충분해요.
만날 똑같다는 그 소리가 삶의 기본이고,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하고,
글을 읽고 쓰는 것만큼 사람을 나아지게 하는 데 좋은 방법이 없잖아요.
게다가 아까 아저씨의 말씀처럼 글을 읽는 사람의 비율이 빠르게 감소하는 지금이기 때문에,
수천 년 전부터 현자들이 극찬한 '읽고 쓰기'를 매일 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밖에 없고요.
단순히 돈벌이 목적으로만 글을 쓰는 게 아니고, 된다 안 된다를 섣부르게 판단하고 싶지도 않아요.
제가 그만큼 오래 깊이 있게 읽고 쓰지도 않았고요.
돈도 안 되고 만날 똑같은 소리인데, 왜 굳이 시간 내어서 읽고 쓰냐고 말하는 분들께 답합니다.
내 삶을 단단히 붙잡아주고 나아지게 하는 데에
글을 읽고 쓰는 것만큼 효과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요.
어쩌면 돈을 벌어다 줄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