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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웬디 Nov 17. 2024

요단강 앞에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뭐였어요?

요단강 앞에 섰을 때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미안해' 였어요.


내가 잘못해서 미안해.

내가 다 망치고 책임지지 않고 도망가서 미안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미안해.

그래서 나같이 쓸모없고 나쁜 건 없어져야 해.


출처: Pixabay


그리고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누구나 겪는 고통인데, 이것도 견뎌내지 못한다는 자책감과 함께 이 모든 걸 끝내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러다 막상 숨이 끊어지는 고통이 시작되면

'이렇게 그냥 가 버리는 게 제일 나쁘고 미안한 일이다', '내가 어때서', '더 나쁜 사람들도 떵떵거리면서 사는데 내가 뭐', '방법이 있을 거야, 해결 방법이 분명 있을 거야'라면서 돌아 나올 수 있었어요.


한 번은 '나는 이렇게 도망가는 용기조차 없는 사람인가'하며 오기로 그 고통을 참아본 적도 있어요.

조금만 더 참으면 진짜 끝나는 거다, 하고.


그러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장면, 내 아이들이 우는 모습이요.


덕분에 지금 숨 쉴 수 있지요.

저희 아이들 덕분에 살았어요.


목에 시커먼 멍자국이 나서 한동안 멍크림을 바르면서 긴 목 티셔츠를 입어야 했지만, 아침마다 멍크림과 컨실러를 바르면서 아이들에게 고마워했어요.

살려줘서 고맙다고.




삶의 끝에 있을 때 생각나는 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영화 <플라이트 93>에서도 비행기 추락 직전,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요.


영화 <플라이트 93> 중


아무리 나쁜 일을 했던 사람도,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해요.


'이 사람에게만은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뿌듯함이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해요.

반대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는 나쁜 사람이다'라는 생각은 삶의 의미와 희망을 잃게까지도 하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칭찬은 어떤 일에 대한 결과보다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를 진심으로 표현하고, 상대방이 스스로가 좋은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일 거예요.


사람 자체가 좋고, 존재 자체가 소중한 사람임을 알게 함으로써 생명 하나를 구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생명 하나를 구할 수 있는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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