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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Apr 04. 2024

사람의 눈동자를 보며 말한다는 것

인사하는 사람의 눈

사람의 눈동자를 보며 말한다는 것, 맑은 두 눈을 마주치는 일이 이렇게 좋은 일인지 새삼 느낀 날이었다. 여기 있는 동안의 사람들은 뒤돌아선 상태로 인사를 하거나, 말을 하면서 가버리기도 하고, 어떨 땐 인사조차 하지 않고 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모두가 이런 건 아니다. 배꼽에 손을 올려 허리가 접힐 정도로 꾸벅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을 보면 귀여워서 웃게 된다. 아직 저렇게 인사하는 사람이 있구나.


리시케시에서의 인사는 다양했다. 손을 건네 악수를 청하는 사람, 안아주는 사람, 나마스테 하고 밝은 미소를 건네는 사람,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느끼게 하는 인사들이었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인사는 스무디볼 가게 아저씨의 인사였는데 두 번째 리시케시에 방문한 나를 알아보고 껴안아준 것. 그냥 형식적으로 잠깐 안아준 것이 아니라 꼬옥 안아주고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있었다. 마치 마음속으로도 나에게 인사를 전하려는 것처럼.


그는 내가 리시케시를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을 때도 그렇게 나를 안아주었다. 그것이 내가 혼자서 서있었어야 했던 지난날들마저 그렇게 따스히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호석인 자수정 조각을 선물로 주었는데 그 작은 자수정 조각을 손바닥에 올려두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체온이 느껴지는 인사나, 그 사람의 눈을 보며 인사할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육체적인 것 말고 내면의 내가 살아있는 기분이.


내가 사람을 좋아할 때 눈을 보고 시작되기에 좋아하는 사람의 눈이라면 더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고 싶어 진다. 부끄러움에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돌려버려도 잠깐 눈을 마주치며 말하는 순간은 길게 이어지는 영상처럼 지나간다. 그 눈을 조금 오래 마주친 날이면 내 안에 아직 남아있는 것들이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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