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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May 18. 2021

네 번째 자가격리 마치고, 영국에서 백신 맞다

기나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일까

올해만 총 48일, 4번의 자가격리가 끝났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 검사는 10번 (9번 예정이었으나...)을 했고 PCR 음성 확인서 발급을 위해 지출한 비용도 말잇못. 


우편으로 코로나 검사 키트를 보냅니다


영국에서 두 번째 자가격리였지만 내가 2월에 왔을 때와는 또 정책이 바뀐 것도 있고, 이번에는 진짜 우리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거라 사뭇 느낌이 달랐다. 이번에는 자가격리 10일, 음성 확인서, 코로나 검사 2번 (Day 2 & 8)이 필수였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PCR 음성 확인서와 코로나 키트 주문 내역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꽤 오래 걸렸고, 자가격리 시작한 날부터 매일 영국 정부에서 전화가 왔다. (뜻밖의 전화영어) 지난 2월에는 자동 출입국으로 여권만 찍고 들어와서 자율적으로 자가격리 10일을 한 것에 비해 아주 꼼꼼하게 관리받는 기분. 심지어 코로나 검사해야 하는 날 전에는 코로나 키트 바코드까지 확인했다(!) 


다신 만나지 말자


셀프로 저 면봉을 집어넣는 건 아주 고역이었다. 그전까지는 전문가들의 손길에 맡기면 끝이었는데 이걸 거울 보며 내가 해야 한다니! 심지어 나는 첫 번째 셀프 검사 결과가 '알 수 없음'으로 나와서 당장 가장 가까운 검사 센터로 갔다. 거기 가면 누가 나를 도와주겠지, 생각하고. 하지만 놀랍게도... 센터에 가서도 셀프로 검사였다! 이럴 거면 왜 센터가 있는 건가 싶다가도, 의료진 인력이 정말 부족한가 싶기도 하고. 다행히 옆에서 (멀찍이 서서) 가이드해 주는 직원이 있어서 적어도 내가 이상하게 면봉을 집어넣은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은 들었다. 


반가운 문자


우여곡절 끝에 셀프 검사 두 번 더 해서 모두 음성 받고 자가격리는 종료. 영국에는 Test to release라고 원하면 5일 차에 검사받고 음성이면 그때부터 자가격리 종료할 수 있는 제도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코로나 키트를 입국 전에 추가로 주문해야 하는데 어차피 난 갈 데도 없어서 그냥 자가격리 10일 채웠다. 5일 앞당기자고 90파운드 더 쓰는 게 아깝기도 했고. Test to release 선택했다고 Day 8 테스트가 면제되는 건 또 아니라는 점. 


여기서 재밌는 포인트 몇 가지는 입국 전 주문해야 하는 코로나 키트 업체는 정부에서 제시한 리스트 중에서 알아서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당연히 천차만별이고, 업체마다 프로모션(!)을 해서 bundle로 사면 저렴해지기도 한다. 여기서 싸다고 골랐다가는 키트가 제 때 안 오거나, 결과가 너무 늦게 나올 수 있어서 사람들은 대체로 리뷰가 좋은 업체를 선택하는 편. 나는 위험부담을 하기 싫어서 NHS에서 쓴다는 업체를 선택했고 결과도 빨리 나와서 아주 만족했다. 




3개월 만에 첫 런던 나들이

자가격리가 끝나고 그간 미뤄 놓은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런던 나들이라든가, 가구 사기, 백화점에서 쇼핑하기, 밖에서 외식하기 등등. 지금 사는 집에 들어온 지 2달이 넘었는데도 아직 다 안 끝난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고객님 백신 맞을 차례입니다


그 사이 GP에서 문자가 한 통 왔다. 백신 맞을 차례이니 맞으라고. 난 어느 백신이든 상관없이 때가 되면 당장 맞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바로 슬롯을 예약했다. 근처 대학교의 건물 하나를 접종 센터로 만든 건데 줄이 아주 길지는 않았다. 이전에 백신 맞은 사람들이 영국에서 보지 못했던 스피드라고 하던데 정말 아주 빠르게 접종이 진행됐다. 대기하는 사이 유의사항 안내문을 나눠주고, 은행 창구처럼 자기 차례 되면 가서 앉고, 팔 걷고 주사 맞으면 끝. 사실 주사 바늘이 진짜 가늘어서 바늘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 


백신의 기록

주사 맞은 당일은 팔 부분이 좀 얼얼한 것 말고는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그 다음날 아침부터 남편과 나 둘 다 두통이 좀 있었다. 그리고 멀미하는 것처럼 울렁거리기도. 그렇다고 일상생활 못 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쉬면 좋은 정도. 꾸준히 파라세타몰 챙겨 먹으면서 집에서 푹 쉬었고, 놀랍게도 백신 맞고 24시간이 지난 다음부터 둘 다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백신 접종 3일 차인 오늘 팔 쪽 근육통 말고는 아무 증상이 없는 상태! 


한국에서는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자가격리 면제해 준다고 하고, 조만간 해외에서 백신 맞은 사람들도 한국 들어갈 때 자가격리 면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코로나 검사는 얼마든 할테니 자가격리만 면제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백신 맞은 그다음 날부터 영국에서는 락다운이 한 단계 더 완화가 되어 드디어 실내에서도 외식이 가능해졌다. 영국 온 지 3개월이 지났어도 레스토랑, 카페 한 번 못 가 본 우리에게 새로운 영국 생활이 시작된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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