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쓰는 가을의 이야기
11월 중순에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기록이 한참 늦었다. 정신차리고 보니 2016년이 거의 끝나가고 있더라는... 지난 제주 방문 할 때 쯤 서울 날씨는 꽤 쌀쌀한 편이었는데, 제주는 바람도 강하지 않고 포근한 편이라 짧은 여행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제주 날씨는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가을에 머물러있는 듯하다.
첫 날 제주에 좀 늦게 내려간 편이라 밤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찾아보니 집 근처에 선운정사 라는 곳이 있는데, LED로 된 연꽃들이 있다고 해서 산책 겸 다녀오기로! 능력자들이 예쁘게 사진 찍은 것만 봤을 때는 아름다운 꽃밭이 넓게 펼쳐져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고, 듬성듬성 츄파츕스처럼 포장된 연꽃들이 놓여있다. 실물 봤을 때는 그닥 감흥이 없었는데, 사진 찍어놓고 보니 또 괜찮아보인다.
'선운정사' 장소 자체는 꽤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가는 길이 험난했다. 대로변도 아니고, 가로등도 없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차가 없다면 갈 수도 없는 그런 곳. 거기다 선운정사 안도 (더 아름다운 야경 감상을 위해서인지)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 번쯤은 시간 내서 찾아갈만 하지만, 계속해서 들를 만한 곳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 날은 엄마의 조언대로 억새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블로그에 억새 명소로 많이 나오는 오름이 있었지만, 사람이 많고 복잡할 것 같아 한적한 곳을 선택했다. 어리목 주차장은 차량 통제를 하고 있어서 밑에 차를 대고 걸어서 가야한다. 통제 덕분인지 언덕길은 차가 거의 없고 도로를 따라 걸을 수 있었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한참 걷다가 억새꽃 생각이 났다. 참, 우리 여기 억새꽃 보러 왔는데 어디있는걸까?
어리목 주차장입구에서 차로 조금 내려가다보면 공터가 있는데 거기 억새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하고... 차를 대고 짧은 길을 산책하고 나니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다음 번에는 은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억새밭을 찾아봐야겠다. 조용해서 좋긴 했지만 공간이 넓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동문시장 안에 있는 작은 카페 '제주스'였다.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인테리어도 예쁘게 되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 한라봉 청이 들어간 카페라떼를 판다길래 홀린 듯 들어가 주문을 했다. 맛은 슈퍼커피의 오렌지비앙코와 비슷하지만 확실히 오렌지보다는 더 달달한 맛이었다. 한라봉의 고급진 맛이 커피와 잘 어우러지는 느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한라봉청을 사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