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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근교의 숲 속 별장 찾아가던 날

노르웨이 사람들의 삶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던 순간

by 앨리스


이번 노르웨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친구네 별장에 가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여행과 다르게 온전히 쉴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가족 별장'에서는 대체 무엇을 할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정말 상상하던 것처럼 그림 같은 풍경에 집이 있고,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런 풍경일까?


설렘과 호기심을 가득안고, 우리는 지난 날 마무리하지 못한 오슬로 관광을 조금 더 하다가 오후 느즈막히 별장에 가기로 했다.


20170617_103920.jpg 과연 우리 차는 어디에...

별장에 가기 위해 이전에 온라인으로 렌터카를 예약해 둔 게 있어서 일단 차를 픽업했다. 오슬로 중앙역 내에 사무실이 있고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가는 시스템이었다. 사실 조금 더 까다롭게 요구하면 특정 브랜드의 차를 달라고도 할 수 있지만 유럽에서 자동 기어 차가 흔치 않은데다, 처음에 자동 기어라고 줬던 차가 실제로는 수동 기어임을 확인하고나서는 주차장에 있는 차와 사무실 시스템에 있는 차의 정보가 제대로 매핑되어 있는 것 같지도 않길래 절대 수동 기어일 리가 없는 도요타 하이브리드를 받았다. 유럽 브랜드의 차에 눈길이 갔지만... 미련을 버리고 그냥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숙소에 돌아가 캐리어와 와인/맥주 한 가득을 차에 싣고 우리는 오페라하우스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차였다. 바로 코 앞에 오페라하우스가 있는데 건물 주위를 빙빙 돌아봐도 주차장 입구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적당히 길에 대려고 해도 잘못 댔다가는 벌금 폭탄을 맞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차를 픽업했던... 오슬로 중앙역의 주차장에 다시 차를 댔다. (이 때는 주차비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차 뺄 때 보니 주차시간이 2시간 안됐는데 주차비는 만오천원 넘게 냈다.)


20170617_123313.jpg 주차하고 오페라하우스 가는 길.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다.
20170617_125926.jpg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걸어서 등반(?) 가능!

보통 오페라하우스하면 시드니의 조개껍질(?)모양이나 파리의 화려하고 클래식한 모습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는 그 두 곳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모던/심플한 느낌이 강하고 특이한 건 완만한 경사로가 오페라하우스 지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무나 와서 오페라하우스 지붕을 등반(?)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과연 '겨울왕국' 노르웨이다. (궁금해서 기사를 찾아보니 이 건물은 2008년에 완공됐고 '마법의 양탄자'라는 별명이 있다고 한다.)


20170617_124216.jpg 오페라하우스에서 보는 오슬로 시내 풍경
20170617_124347.jpg 파랗고, 파랗고, 파랗네!

오페라하우스 위에 올라갔더니 한 쪽에서는 오슬로 시내 풍경을, 또 다른 쪽에서는 푸른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눈이 부시긴 했지만 필터를 한 겹 벗겨낸 것 같은 하늘과 바다를 오롯이 맨 눈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다. 고전적인 표현인데 문자 그대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넓은 경사면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소중한 오슬로의 태양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20170617_130518.jpg 중앙역 근처 골목 어딘가, 이케아 버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골목에 서 있는 이케아 버스를 보고 나는 가던 길을 되돌아가 사진을 찍었다. 처음 오슬로에 왔을 때, 기숙사 창문에 커튼은 물론 이불 한 장 없어서 가장 먼저 갈 수 밖에 없었던 곳이 바로 이케아였다. 그 때는 스마트폰이 있던 것도 아니라서, 누군가 중앙역 앞 몇 번째 골목에 가면 이케아 버스를 탈 수 있다고 전해주는 말을 듣고 무작정 저 파란 버스를 탄 다음 이케아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일단 디자인은 둘째치고 가장 저렴한 물건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었는데, 저 버스를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8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의 내가 (지갑과 함께) 그 때로 돌아간다면 좀 더 쓸모있고 괜찮을 물건들을 고를 수 있지 않았을까.



점심을 먹고서 우리는 오슬로를 떠나 친구네 별장이 있는 Noresund 지역으로 향했다. 구글맵에서 확인해 보니 거리는 120km 정도에 시간은 2시간. 친구가 추천해 준 sundvollen 지역을 경유지로 세팅해서 짧지도 길지도 않은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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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7_152544.jpg 들판, 도로, 하늘만 있는 풍경

오슬로 시내가 크지 않아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고속도로에 진입했고, 조금 더 지났더니 도시의 색이 완전히 빠진 풍경이 펼쳐졌다. 도로가 구불구불해서 빠르게 달리기는 좀 어렵긴해도 양 옆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느라 과속할 필요도 없었다. 갈래길이 없으니 내비게이션도 한동안 조용했고 거기다 내 시야에 보이는 차는 기껏해야 한 두대 정도. 작년 속초에서 돌아오던 날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풍경이다.


20170617_150009.jpg 바다일까 호수일까

1시간 정도 달렸더니 친구가 추천해 줬던 sundvollen 지역에 도착했다. 바다처럼 큰 호수가 있는 곳이었는데, 친구가 얘기해주지 않았더라도 아마 여기에 잠시 차를 세웠을 것이다.


이 곳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서 다시 발길을 재촉해 별장으로 향했다. 점점 길이 좁아지고 더 구불구불해졌는데 중간에 노란색 중앙선이 없는 구간도 있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랑 마주치면 어쩌려고 도로를 이렇게 만들었나 싶었는데, 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 말고 다른 차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니 굳이 중앙선을 그릴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닐까.

20170617_161032.jpg 저 속에 별장이...?

나는 지도 앱과 핸드폰 내비게이션으로 길을 찾는 데에 익숙해져서 당연히 모든 장소는 앱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가려는 곳은 구글맵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상업적인 리조트나 상점도 아니고 지도 위에 명칭이 나올 리가 없다. 그래서 두 눈 크게 뜨고 표지판을 보기로 했다. 내비게이션 화면이 아니라 표지판을 보고서 길을 찾는 일도 참 오랜만이었다.


천천히 가다가 'Maristuen' 표지판 발견! 지금에야 사진 속의 차 바퀴 자국이 낸 길이 보이지만, 저 순간에는 '이게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길이 좁게 느껴졌다. 저 안으로 들어가고나서야, 비로소 나무 집 한 채를 마주할 수 있었다.


+ 별장에서의 1박 2일 이야기는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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