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잃는 것과 채워지는 것
탄탄했던 근육은 서서히 사라지고
대신 뱃살이 쌓인다.
얼굴은 조금씩 내려앉고,
흰머리는 이제 반쯤 포기한 상태다.
마흔을 넘기고 나니
건강이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강철 같던 동료가 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고향 내려온 친구의 머리카락엔
겨울도 아닌데 흰 눈송이가 수북했다.
며칠 전엔 친한 형이 목욕탕에서
정신을 잃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순간, 묘했다.
우리가 정말 그 정도로 약해진 걸까.
그제야 알게 된다.
당연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어제의 나에게, 감사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뒤늦게 용서를 구한다.
예전엔 술을 마셔도, 밤을 새워도
아침이면 언제나 새로웠다.
지금은 몸에게 허락을 구한다.
조금 덜 자도 괜찮을까.
한 잔만 더 해도 될까.
나이가 들수록 절제를 배운다.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껍데기보다 본질을,
재산보다 내면을,
화려함보다 진정성을 본다.
소중한 사람에게 더 진심을 다하고
사계절의 흐름을 온전히 음미한다.
무한을 동경하면서도,
유한한 삶 속에서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삶은 점점 풍성해진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히듯.
나이는
조용히 마음속에 지혜의 꽃을 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