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강한 급류에 휩싸여 떠밀려 가는 것 같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변하고 싶다. 나를 찾고 싶다.
물 위에 갓 건져낸, 펄쩍펄쩍 뛰는 활어처럼 역동적인 내 모습을 되찾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욕망이 고개를 쳐든다.
결국 나는 그동안 곁눈질로 외면해 왔던 거울 속의 나를 오늘부터 천천히 정면으로 응시해 본다. 어렵게 성사된 소개팅 주인공을 만나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민과 애정을 담아조심스레 말을 걸어본다.
너 요즘 괜찮니? 외롭지는 않니? 아픈 곳은 없니?
지금 하고 싶은 게 있니? 무슨 말을 하고 싶니?
좋아하는 거는 뭐니? 근데 너는 진짜 누구니?
이렇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놓으면 우리의 뇌는 아주 영리해어느 시점에 가서 답을 내어준다. 삶의 의미를 찾고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은(마른명태가 아닌 활어처럼)마음의 눈을 조금씩 내면으로 돌려야 한다. 이것도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꾸준하게 묻고 읽고 쓰고 달려야 한다.
출근하는 아침 시간 엘리베이터 속 안에서 답이 나왔다.
"그냥 달리고 싶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래 그럼 가보자. 도전해 보자.
이런 마음들이 결국 나를 마라톤 대회 출발선에 세웠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고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내게온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가슴이 뛰고 설렌다.
하프 마라톤, 21.095km
아무 준비 없이 나갔지만,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여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해 보니, 40대에 와서 만난
글쓰기, 마라톤, 새벽시간, 명상, 독서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찾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과 결핍이 나에게 준 위대한 선물이었다. 감사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