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들 패들 패들링 @Perth, Australia 171130
욜로족의 상징! 서핑서핑
호주에서 꼭 하고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서핑이다. 파도 위를 멋지게 가르며 슝슝 서핑하는 모습은 욜로족의 상징이니까. 그렇가고 혼자 탈 순 없으니 온라인으로 서핑스쿨을 찾아 신청했다. 당일 아침 9시까지 집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잠만보인 내가 7시에 일어나서 버스를 탔다.
부끄러울 정도로 저질체력입니다.
스카로브 비치에 위치한 서핑스쿨에는 15명 정도의 사람이 모여있었다. 대부분 서핑 초보들이 었고,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호주사람이었다. 키가 작은 나는 주니어14 사이즈의 웻수트를 입고 내 키보다 더 큰 9피트짜리 연습용 보드를 들고 비치로 향했다. 사실 다른 애들은 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걸어가는데 나는 팔이 짧아서 옆구리에 안 끼워지는거다. 그래서 '떡사세요' 포즈로 보드를 머리에 지고 비치까지 걸어갔다. 비치까지 거리는 걸어서 5분이었지만, 보드가 넘나 무거워서 50분 처럼 느껴졌다. 이미 그때 나의 저칠체력은 1/3정도 소진되었던 것 같다.
해변에 도착해서 5명씩 다시 그룹을 만들어 서핑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서핑 아예 처음 해보는 사람들' 그룹이었다. 이 그룹에게는 가장 튀는 핫핑크색 티셔츠를 입게하는데 뻘짓을 하고 있으면 눈에 가장 잘 띄게 되어있다. 나는 이 때만해도 이 핫핑크 티셔츠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우리그룹의 코치님은 젊은 여자 분. 키도 엄청 크고 다리도 길었다. 코치님은 나랑 똑 같은 연습용 보드로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왜 때문에 나랑 다른 느낌일까…? 그냥 기럭지가달랐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코치언니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따위없이 호주인들을 위한 강습을 진행해나가셨고 한국인 중에서도 리스닝이 잘 안되는 한국인1(=나)은 유튜브에서 배운 지식을총 동원해서 대충 알아듣는 척 했다.
스카로브 비치는 서핑을 배우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고 했다. 비치에서 바다방향으로 2~3M정도 걸어가다보면 갑자기 발이 닿지 않을정도로 깊어지는 구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조금 더 가면 다시 발이 바닥에 닿는다. U자형 지형이다. 코치님이 이 지형과 대략적인 수심을 알려주기 위해서 함께 수영을 해서 발이 닿는 곳 까지 헤엄쳐서 가보자고 했다. 나는 수영을 잘해서 별 걱정없이 입수. 조오련 같이 수영하는 코치님 뒤를 따라 첨벙첨벙- 수영했다. 아니 근데 이게 왠일? 2M쯤 갔을까, 아무리 수영을 해도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내 키를 훌쩍 넘는 파도들이 계속 밀려와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 상황. 신기하게 다른 애들은 선생님 뒤를 잘 따라서 앞으로 잘만간다. 당황하면서 간신히 제자리에 동동- 떠있던 와중에 파도 몇방 더 맞으니 아주 그냥 정신이 차려지지 않는다.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팔도 휘적휘적 젓고 물장구도 첨벙첨벙 쳐대보지만 왜 때문에 제자리인거죠. 그렇게 몇번을 용을 써서 앞으로 나가아려 했지만 대실패.
서핑하다가 자존감 떨어지겠다.
인도양은 타이니 에이시안걸을 허락해주지않았다. 오히려 옆으로 부는 바람 때문에 옆으로 옆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아주 눈에 잘 띄는 핫핑크 티셔츠가 둥둥떠내려가니, 지켜보던 상급자반 코치형이 나에게 와서 묻는다.
“알유오케이?”
아임 낫 오케이다 이자식아.
옆반 코치의 걱정의 말에 괜히 자존심까지 상해버렸다. 간신히 비치까지 나와서 일어섰는데 발목에 찰랑 하고 부딪힌 파도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말았다. 하- 망했네. 멀리서 지켜보던 우리 코치언니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핑은 시작도 안 했는데 혼자 지쳐서 쓰러지는 동양여자애를 어찌해야하나 싶었겠지. 걱정하는 코치언니를 향해 “암오케-“를 힘차게 외쳐주고 비치에 앉아 우리 그룹을 기다렸다. 우리 그룹은 지형을 다 파악하고 다시 비치로 나와 본격적으로 바다에 들어가서 서핑을 시작했다. 나도 다시 따라 들어가려니 사실 좀 무서웠다. 그래도 배우러 왔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최정욱딸이 아니지. 하고 다시 그들을 따라 나섰다.
하지만 결심은 1초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다시 시도했지만 나의 보드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서핑을 하려면 팔로 패들링(노젓기)을 패들패들-해서 포인트까지 가야하는데, 나는 암만 패들링을 해도 앞으로 나가지가 않는다. 당황. 이건 뭐지? 싶어서 다시 기를 쓰고 패들링을 해보았지만 안된다. 하- 몇 번의 큰 파도에 짠 물 다 먹고 눈도 못뜨고 보드에 시체처럼 누워 있으니 또 바람 때문에 옆으로 떠내려간다. 떠내려가는데 진짜 좀 슬프기까지 하더라. 또 옆 반코치가 또 나를 보더니 “캔유스윔?” 하고 물어보는데... 아… 나 물개라고 불리던 아이였는데 내가 여기서 수영할 줄 아냐는 소리를 듣고 있지?
“오브콜스!!!”
라고 억울함에 가득차 대답했으나 돌아오는 말은
“알유슈얼?” 이었다.
앱솔루틀리 슈얼이지 이자식아.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의심에 아주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누군가가 나의 능력을 의심하기시작하니 그냥 안하고 싶어진거다. 코치의 의심과 주변의 걱정어린 시선에 나는 그만 그냥 하기싫어져버렸다. 그렇게 나 혼자 비치에 나와 철푸덕 앉아있는데 서핑스쿨 대표님(?) 아저씨가
“캔유스윔인더씨?” 하고 어퍼컷을 날려주심.
예쓰예쓰예스예쓰!!!! 나 완전 아캔스윔!!!
트라이 어게인은 개나 줘라.
생각보다 너무 빨리 체력이 방전되었고 순간 어지러움까지 느낀 상황이라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나랑 키도 비슷한 호주 여자애는 참말로 패들링도 잘하고 챱챱챱- 잘가는데 나는 왜 패들링이 안되는 걸까. 보드 뒤에 숨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서핑스쿨 대표님 아저씨가 "트라이 어게인" 해보란다. 트라이어게인 하다가는 내가 물에서 어게인 못나올것 같았다.
그렇게 30분을 앉아있었는데 바람때문에 엄청 추운거다. 트라이 어게인 안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바다에 들어가면 덜 추울 것 같아서 강제로 트라이어게인했다. 젖먹던 힘을 다 해서 패들패들패들링!!! 했다. 그런 나를 보다 못한 코치언니가 내가 있는 곳 까지 마중나와서 나를 끌어준다. 그녀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U자 지형을 지났다. 그렇게 남들은 쉽게 가는 곳을 코치언니의 도움으로 도착하게 되었다. 기쁨도 잠시 뒤에서 큰 파도가 밀려오자 코치언니는 패들링도 못하는 나에게 "패들링!!!"이라고 외치며 슝-밀어준다. 덕분에 누워서 파도를 1회 타보았다. 그것이 내 첫 파도이자 마지막 파도였다. (고마워요. 코치언니.)
15명 중에 나 혼자만 못한다는 생각에 슬퍼졌다. 또 생각보다 더욱 심각한 나의 저질체력이 걱정됐다. 그런데 사실 원래의 나라면 깔끔하게 포기했을 텐데 이상하게 미련이 남았다. 여기서 포기하면 왠지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주에 또 가서 시도해볼 예정이다. 될 때까지 해 본다는심정으로. 여행 중, 꼭 마스터 하고 싶은, 아니 해야 할 것으로 "서핑" 강제 추가 완료.
(+)집에 돌아와 씻고 기절하듯 잠들어 7시간을 내리 자버렸다. 다음 날 일어나니, 팔뚝과 겨드랑이가 너-무 아팠다. 그런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또 하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