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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Jul 29. 2024

별나라 사랑이야기

바람의 온도가 미지근함에서 시원함으로 천천히 내달리고 있는, 여름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느낌이 드는 7월의 끝자락의 밤. 심장과 맞닿아 있어서 약속을 하려거든 왼손 약지에 걸라던 어느 어른의 말은 진짜일까, 가짜일까를 생각했다.


한 번도 약속을 걸어본 적이 없어서, 심장을 떼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게 진짜라면, 이 약속을 깰 때에는 심장을 도려내야 할지도 몰라. 아니 어쩜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의 심장을 누군가에게 내어주고, 다시 누군가의 심장을 다시 떼어오는 일을 했었는지도 몰라 라며. 왼손 약지에 걸은 약속의 증표를 몇 번이나 쓸어댔다.


내가 네 심장을 가져온 걸까, 아니면 그대로 인 걸까 싶어서 속으로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면 예쁘다는 말과 함께 그는 눈웃음을 보인다. 아니야, 네 심장을 가져왔다면 너의 마음의 크기를 알고 더 한 뼘 더 큰 크기의 마음을 만들었겠지. 긴장한 탓에 입안이 바싹 말라가서 괜스레 음료를 들이켰다. 맞잡은 두 손의 크기가 차이 나서 아기 손 같다며 웃는 네가 또 숨소리 마저 달게 만든다.


그를 만나고 나서는 까만 밤을 혼자 헤맬 이유도, 따라오는 달에 손 내밀어 보일 틈도 없다.

돌아가는 지하철 안, 적당한 간격과 그 사이로 통과하는 작은 외로움 하나도 느낄 틈이 없었다.

어린 고양이가 품을 비집고 들어오는 탓에 몸을 간신히 욱여넣은 침대 위의 불편함 마저도 불평할 틈이 없었다. 아침이 되면 당연하지 않은 듯 당연한 말 한마디로 이미 하루를 시작하고, 밤이 되면 안식을 찾은 아이처럼 그저 눈만 깜빡 감으면 되는 날들이 숱해져 간다. 아침도, 밤도 두렵지 않은 날은 처음이었다.


얘, 너무 마음을 주지 마렴.


달아날까 무서워 허겁지겁 보였던 마음을 심장 깊은 곳에 묻어둔 것이, 묵은 체증도 아님을 일러두었다. 나는 그가 달아날까, 지난밤에 묻어두었던 울음 하나를 찾아낼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좋아한다고 말을 하고 싶지만 불빛을 보내 창을 지킨다던 그녀의 순정처럼, 내가 내보일 수 있는 순정 하나를 그저 잘 빚어서 주고 싶은 마음 하나뿐이라는 것을.


그게 심장을 도려낼 일이 된다면 어쩔 참이야.


그럼 또, 꿈에서 아이를 한참을 안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속절없이 바닥을 기어가며 울었던 그 겨울밤을 한 번 더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신이 더 있다고 말했다. 그냥, 순정 하나야.


당신이, 네가, 너희가, 빼곡하게 사랑하려 했고, 사랑하는 것들을 의심 없이, 아낌 없이 사랑해보려 했던 것이 오히려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길이 되었음을. 전생의 기억을 잃고 또 사랑하는 당신을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사랑해서 서로 헤어지기 위함이야. 당신도, 나도 별나라가에 가기 위함이야.


그러니 당신도 여전히 사랑했으면 해. 생의 어느 것 하나라도 사랑하고 있어 주길 바래.

총명하게 빛났던 두 눈에 생기를 잃지 않고, 숨에 넣었던 사랑시 하나를 읊어줘.

그곳에 있다고 말해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자리에서 그에게, 당신께, 너에게, 너희에게 말할 거야.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을 거라고.

그녀가 그랬어, 사랑이 이긴다고.


끝까지 모든 것을 사랑하고 별 나라에 갈 거야.

그게, 내가 보일 수 있는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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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주혜에게서 제공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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