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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Oct 15. 2021

나에게 주는 선물

소심한 시작

심장은 작게 요동치고, 마음은 울렁거렸다. 눈가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내 속에 있는 작고도 깊은 숨을 꺼내기 위해서 눈을 감고 아주 깊게, 아주아주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약간은 묵직하게. 명치 언저리에 남아있는 숨이 있었다. 이 숨은, 좋아하는데 허탈한 기분도 담긴 이상한 숨이다.    

  

최근 한 달간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몰랐다. 채워지지도, 비워지지도 않은 어딘가 딱 떠 있는 공백은 그저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다시 글을 쓰고자 했던 작은 이유는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귀여운 재주. 글쓰기가, 너에게도 재능으로 될 수 있다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했다. 사실, 도전한 이유는 아주 사소했다. 아주 귀엽고도 진지한 마음으로 서로를 위해주는 모임 한 곳에서.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브런치에 도전해 보면 어때요?’라는 한마디에.  


사실 고민을 안 해봤던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또는 이미 작가가 된 사람들이 한 번쯤은 마음에 품었을 고민이었을 거다. ‘내가 재능이 있는 걸까’ 혹은 ‘여기에 도전해도 될까?’라고. 안될 것도 없는데, 떨어지면 다시 정리해서 도전하면 되는 일인 것을. 마치 다가가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했다는 게 지금 돌아서 생각해 보면 안쓰럽다.

그렇게까지 자신감이 낮았다니.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신청했다. ‘네 재주 인정해’라는 그 단순한 말을 체감하고 싶어서.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나 나를 좋아할 수 있는 이유로 내가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봐, 괜찮지?’라고. 나처럼 글을 쓰는 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사랑하고 싶은 동기를 하나 만들어주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라고. 조금은 어깨가 올라간 것 같다. 축 저질 정도가 아닌 정도로만 내려놔야겠다.  


오늘의 글은 딱히 주제가 없다. 아니 있다면 시작을 알리는 정도다. 사실 내가 브런치를 하면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내가 겪었던, 겪어가고 있는 마음의 가난을 풀어내고 그 끝에는 당당하게 안녕을 고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게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러고도 글을 더 쓰고 싶다면 그 이후의 2부, 행복의 시작 정도로.


그런데 사실 고민이기도 하다. 요즘은 마음의 가난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쏟아지고 있다. 당신에게도 있고 나에게도 있는 마음의 가난은 태생적으로 있을 수도 있겠지만, 꼭 그것이 당신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누구에게나 마음이 가난한 시절은 있다고. 너무 가난해서 여유 없는 마음 때문에 사람들에게 딱딱하게 굴고, 있던 융통성도 사라지기도 하고, 작은 호의에도 의심, 작은 웃음에도 질투를, 따뜻한 햇볕에도 무표정해지는 순간은 있을 수 있다고.


그래서 걱정이 앞선다. 비슷한 듯 다른 이야기들. 그리고 내가 이겨내고 있는 과정을 찬찬히 살펴줄 독자가 생길지, 혹은 틀렸다고 말하는 독자가 생길까 살짝 두렵다. 하지만, 이제 시작점에 있는 내가 걱정만 하기보단, 조금 순수하게 기뻐해도 될 것 같다. 너, 재능 있는 친구 였어!     


천천히 보여줄 거다. 조금은 빠르게도 풀고 싶기도 하지만 우선 체력이 되지 않는다. 이제야 조금씩 물기가 어리고 있는 마음을 보여주기엔 아직 다듬어야 하고, 그렇다고 말라붙었던 이야기를 다 풀기에는 너무나 깊고 힘들다. 정신없이 쓰다 보니 힘들었던 시절의 마음을 다시 적어내니 선명함이 가득한 힘듦은 여전히 웃어넘기기엔 어려운 듯하다. 마음 병원에 계신 선생님이 하셨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제 걷기 시작했는데 달리기를 하겠다니 힘들만하지요.’ 그렇네요, 선생님. 저는 아직도 욕심쟁이예요. 빨리 걷고 싶어서 안달이 났어요. 보세요, 전 이제 아프지 않아요!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아니, 아프지 않아요도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나아지고 있어요 정도로 할까.


아직도 살짝 숨이 가쁘다. 이렇게 두서 없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서 또 글을 쓰고 있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 내 작은 글에 좋아요를 눌러줬다고 알림이 뜬다. 평소에, 울리는 다른 어플의 알람은 관심조차도 없었는데.

공감은 이렇게도 사람을 울리고 바보같이 만들고 만다. 또, 또 좋아요 눌러줘요. 어서.

이왕이면 구독도 해줘요. 라고 보채고 싶다.

온 세상에 전부 알리고 싶다.     


나, 이제 새로운 타이틀 있어. 작가라고.

어때 멋있지?


#사진은 귀여운 동생 승은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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