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림 Nov 30. 2021

불확실성을 지워가고 있습니다.

11월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자꾸만 나는 작년의 어딘가를 서성이고 있다. 

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그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보다 훨씬 성장한 내가 여기에 있다고 알리고 싶은 그런 정도의 감정이다.

그래, 작년의 나보다는 훨씬 많이 커진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어.      


행복을 만들어 주는, 행복을 알려주는, 감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왜 인지 모르겠어.

꼭 조금 더 바빠야 할 것 같고, 재능이 많아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부담스럽지만 나쁘진 않아.

똑같은 자리에 맴돌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약간의 바쁜 움직임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의 도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조금만 더 지나서 ‘멋진 나를 보여주는 중입니다.’로 스스로 당당히 바꾸어 말할 수 있는 날도 오면 좋겠다. 

요즘 에스프레소 어른이 말해준 말이 계속 마음속에 남는다.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말고 과정과 목표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불확실성을 지워나가는 과정이라면 스스로를 응원하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어쩜 내 불안을 그렇게도 정확하게 바라보고 말해주는 걸까. 

똑같은 일을 몇 번이고 계속 해야 할 때, 숨이 약간 무겁게 차올랐다. 

그리고 스쳐 지나갔다.      


나의 대한 불확실성을 지워주는 일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지겹지 않게 됐다.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나, 그런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을 지워주는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당당해질 수 있었다.     


봐요, 나도 못하진 않아요. 조금 느리지만 원하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그런데 편안해지지 않는 마음은 아직 있다. 그 불확실성을 지우는 일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하는 걱정이라던가. 과정에 머물러 있지만 뚜렷한 목표는 없는 것이 걱정된다. 얼마 전에 목표 없이 살았던 것에 대하여 그렇게 통탄했는데도 말이다.


이 글은 에스프레소 어른도 보는데, 자꾸 자신 있는 척하다가 없어 하는 모양을 보이니 창피하고 부끄럽다. 

몇 번이나 귀찮아하지 않고 받아주는 마음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다.     


변명을 하자면 저는 모순이 많은 MBTI를 가진 사람이라서 그래요.

누가 화를 내며 말했거든요. 너는 너무 모순적이야, 어느 쪽이 진짜 너야?

너의 진심을 모르겠어 라고 화냈거든요.      


양쪽 다 진심이에요. 자신 없는 것도, 있는 것도.

저는 한 톨의 거짓말도 쓰지 않았고 말했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요.     


그렇게 혼란의, 혼란한 내면을 거닐면서 포기할까, 조금 더 해볼까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오늘까지 버텨왔다. 사실 오늘은 포기하지 않아서 나의 불확실성을 지울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하려고 이렇게 장황하게 쓰는 글이다.     


덕분에, 아주 덕분에.

나도 조금은 할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일을 경험했다.     


이건 아침마다 나를 배웅해 준 어른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가끔 상상하지만, 석유 나라 부잣집 딸이었다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을을 세웠을 거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들도 모두 같이 살 수 있는 마을. 그래서 서로 싸울 일 없이,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만 나누면 되는 마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아, 에스프레소 어른이 어제 또 물어주었다.

현재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 있다면 해보자고.    

 

어제는 그 질문에 숨이 탁 막혀서, 내가 나에게 해줄 말도 떠올리지 못하는 내가 슬펐는데.

오늘은 좀 생각이 났다.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틀려도 괜찮아. 불확실성을 지우는 일을 하고 있잖니.

버티는 감정도 필요하단 걸 알고 있잖니.

하루만, 이틀만, 일주일만, 한 달만 … 그렇게 살아도, 버텨내 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니 라고.          


#오늘의 사진은 소식이 없는 주혜가.                                   

이전 07화 언어가 언어로서 마음에 닿을 때까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