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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Jul 04. 2023

벚꽃처럼 좋아하고, 낙엽처럼 떨어지는 사랑

찌르르, 찌르르 울고 있는 매미의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 아래에서 물끄러미 왕릉을 바라보았다. 커다랗고 고왔다. 작은 까치 손님이 작고 큰 무덤에서 뛰어노는 것을 보니 마음이 울렁거렸다. 혹여 그 옛날 그 시절의 그리운 이가 찾아온 손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사랑스러워 보였다.


지난 5월, 일상의 큰 흔들림을 받았다. 내가 설 자리가 사라지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그 가장자리에 맴돌며 바라봐야 하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팠다.


한 번도 일을 사랑한 적 없는데 왜 회사와 이별하는 듯한 감정을 끊임없이 느끼며 울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헤어짐을 이야기하면 좋지 않았을까를 수백 번을 되뇌었다. 하루는 눈물을 쏟았고, 하루는 뛰는 가슴을 여러 번 쓸어내려야 했고, 그 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작은 약에 의지하며 하루, 이틀, 글피를 버텼다.


작은 상자 앞에 서서 초라해져 가는 나를 바라보며 울음을 가만 삼키고, 두근 거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다 결국 도망쳐 왔다.


그럼에도 소란한 소리들을 가끔, 자주 듣는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찰나의 잘 사는 소식 같은 것들 같았다. 그리워한 적도 있었고, 응원받고 싶었던 내 염원이 투영되어 꿈으로 돌아온 적도 있었던 것의 어떤 모양과 결이 퍽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까만 공허함이 살짝 밀려왔다. 자박하게 잠시 느끼곤 곧 바로 밀어내는 공허함이다. 쓸데없는 감상이기에.


잠시 숨은 가림막 사이에서 사는 나를 또 찾아야 한다. 언젠가, 삶을 왜 살아야 하는지 웬 종일 생각하며 물었던 날,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두 사랑의 유효와 필요성에 물음을 던졌던 날, 나의 작은 존재에 대해서 쓸모와 어디로 운을 떼야하는지 고민했던 날들을 다시 지나쳐와야 했다.


결론은 쉬이 나지 않았다. 다만, 너무 짧은 사이에 벚꽃이 내릴 때 사랑했고, 낙엽으로 번져 내려앉기 전에 끝났던 무수한 반복이었던 것이 현재의 삶이란 것만은 알게 됐다.

사계절이 없는 삶, 여름 아니면 가을의 문턱 즈음 같은 것이라는 게 조금은 눈물이 난다.


언젠가 나도 사계절을 피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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