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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Jul 21. 2023

너를 이해할 수 있어는 대체로 사랑한다는 이야기다.

잠시 몸을 웅크리기 위해 찾았던 부산에서의 짧은 기억이 떠오른다.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캐리어를 끌고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찾았다. 창 너머로 너울거리는 바다를 보며 가만히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자랑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자신을 사랑해서 더는 어떠한 것에도 미련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자신을 사랑하기도, 타인을 사랑하기도 몹시 더 어려웠던 무렵의 다짐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한 달의 자유 시간, 단 한 명도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지 않았다. 더 많이 받았던 것은 부러움이었다. 무급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던 것 같다.

처해진 상황이 어떻든 그것은 나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래서 살포시 웃어 보이는 건 말곤 별다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그 시간의 끝도 다가오고 있다. 동시에 결정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 가슴을 뻐근하게 만든다.


무책임한 것이 좀 배여 있어 그럴까.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한 뼘의 포장조차 없는 나를 볼 때면  나 스스로도 부끄러울 때도 있다. 그게 바로 이 순간이다.

너무 솔직해서 탈이야.


그동안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가슴께 까지 길러왔던 머리가 바싹 올라가 있고, 여전히 느린 사람, 그리고 마음 한편이 가벼워진 정도가 한 달의 변화이다. 지난 세 달 동안 옅은 구름 사이를 지나가는 것 같았던 기분을 지울 수 있게 된 계기는 좋아하는 사람과의 대화였다.


갓 사회에 나와 동갑내기라는 이름으로 단짝처럼 다녔던 친구가 있다. 보석처럼 빛나는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가 좋아서 퇴사할 때에도 나랑 만나줘야 한다고 칭얼거리기도, 자주 술을 먹기도 했다.

그때 당시 가장 좋아했던 보석과, 보석의 엄격한 남자친구, 대바늘을 들고 있는 나의 엄한 친구 이렇게 넷이서 노는 것이 나의 가장 큰 행복이었다.


시간이 흘러 넷이서 노는 게 어려워지고, 간간이 안부인사를 이어가다 오랜만의 식사를 같이 했다. 보석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나와 다른 타인을 대할 때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그리고 새삼스럽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게 되는 과정을 거쳤는데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들춰보지 않았던 것이다.


마음이 약해지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꽤 자랑스러워하고 사랑스러워했다는 것이다. 타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나 먼저 다가가는 것이 꽤 즐거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먼저 다가가는 것에 대한 회의를 조금씩 느끼고, 오히려 떨어져 있는 것이 편안하다고 느끼게 되어 버리는 과정에서 나를 잃은 듯하다. 하지만, 분명히 사랑했던 때가 있었고 먼저 다가가는 ‘나’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그럴 수 없음에 슬퍼했다.


그러자 보석이 그랬다.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든 상황이 있어서 그런 것뿐이고, 오히려 나이를 먹어서 성숙해진 것이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성향과 맞지 않는 상황에 놓여있으면 발현하기 어려운 것이고,

그때의 활발함을 꼭 되찾아야 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무조건 많은 사람들을 좋아할 수도, 좋아하게 만드는 것도 대단한 무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다시 어디선가 ‘시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옅은 구름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 쓸쓸하지 않았다. 보석과, 보석의 남자친구가 즐겁게 바래다주었다. 보석의 남자친구가 본인의 오픈카의 기능을 자랑해 맞이한 바람과 하늘 덕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전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잘 이야기하는 그 친구의 모습도.


정말로 좋아하고 감사한 것들은 언제나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고 응원하는 친구들과 가족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서로의 마음을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마냥 올바르다고 할 수 없어서 가끔은 아프게, 혹은 싸우기도 하고 풀어나가기도 하는 그 과정이 있어야 더 건강할 수 있음을.


이제 다음 주면 또 전력으로 부딪혀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만들지만,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곧잘 무너지는 마음이지만 분명 괜찮을 거라고 몇 번이나 다짐하는 것은 부끄럽지만 누군가에게는 용기 혹은 웃음이 되길 바라며 금요일을 마무리할 준비를 한다.




p.s : 사진은 마음이 예쁜 주혜가 찍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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