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림 May 15. 2023

오늘도 해냈네, 자랑스러워!

심장을 꽉 쥐어 잡아 놓은 탓에 숨을 쉬기 어려운 날들이 있다. 내가 쥐고 있는 것인지, 남이 내 심장을 쥐고 있는 것인지 혼동할 정도로. 미약한 숨을 다시 큰 숨으로 돌리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론 삼십분, 한 시간. 하루의 반을 쓸 때도 있다. 그러고도, 돌아오지 않으면 며칠은 울어야 했다.

일면식도 없는 생판 남의 목소리에 의존해 희미한 마음의 가닥을 엮어 내기를 반복한다.


울음을 토해내면 좀 나으려나.


멍하니 앉아 생각해 보지만 울음을 삼키고 싶진 않았다. 그럴듯한 미소를 짓는 것이 더 편했다. 자조적인 웃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도처의 희망이나 사랑 따위에 거는 웃음 같은 것.


이 영원하지 않을, 길고 긴 늪에서 여유를 가득 부리며, 누가 이기나 겨뤄보자는 의미이기도 했다.

멀리서 바라보기엔 미미한 노력으로 보이겠지만, 그 미미한 것들은 나에게 있어서 각별하고 고귀하고 거대한 마음이자 큰 성과이다. 그래서 숨이 돌아올 때면 또 애틋하게 스스로를 안아줘야 했다.


아주 잘했노라고.


이 늪에서 벗어나기를 지독하게 열망하는 이 싸움에서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내 안에서 엮어진 무수한 색안경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이 힘에 부친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자기 파괴적인 생각에 몸부림치는 것이 괴롭다. 적당하지 못한 자기 연민과 합리화도 그만하고 싶다.


무수한 이 굴레에서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를 내려놓으면 된다는 간단한 이치를  알고 있다.

어쩌면 현실을 내려 놓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 말하기를 타당하지 않으므로 그럴 수 없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인정’의 욕구가 하늘로 치솟지만 ‘당연한’ 것에도 인정을 받기를 내려놓아야 한다. 당연한 것에 집착하는 것을 내려놓기 위해서 더 극약처방으로 그곳을 빠져나오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지만 현명한 대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당연한 것’에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더욱 빠르다. 바르게 자라지 못하는 욕구를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가 걷고 있는 이 생의 모든 것들을 의심하는 것도 말이다. 아프든, 아프지 않았던 것은 중요치 않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실수한 것에 면죄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 걷는 이대로가 최선의 길일 수도 있음을 또 알려주고 알려줘야 한다.


요즘 발을 한 걸음 닫을 때마다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다.

하나의 보폭에 세상이 열렸다가 닫히는 듯하다. 어느 쪽이 열리고 어느 쪽이 닫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뒤로 돌아보면 닫힌 세상이 보이고, 앞으로 걸으면 열리는 세상인 것 같기도 하여 이 흔들림의 진위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계속 걷는 것이 최선인듯하다.


그래서 오늘도 내게도, 너에게도 말한다. 덜어내지 못한 것은 잠시 덮어두고.


아주 아주 잘 해냈어. 내일 하루만 더 버티자.

그렇게 하루만, 일주일만, 한 달만, 일 년만 버티자.

사랑해.

이전 18화 더, 먼 행복한 곳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