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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 Jan 28. 2022

10년 후의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내가 빛나던 순간(1)

나쁜 기억만 자꾸 떠올리다 보면 내 삶은 온통 나쁜 일로 가득했었던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더 점점 더 깊이 그 생각들에만 집착하게 된다. 좋은 기억이 있었던가? 내 삶은 온통 어두웠던 것 같은데... 하다가 좋은 기억 하나를 겨우 건져 낸다. 그리고 들여다본다. 소위 멍을 때리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으라 하는데, 난 그게 참 안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 생각을 낚아채서 하나하나 글로 쓰다 보면 그냥 좋았었지, 하나로 끝났을 생각들이 점점 더 뭉태기로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려울 정도로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면서 그때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들도 터져 나온다. 먼 과거의 일이었는데도 현재의 감각으로 살아 돌아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잊고 오롯이 글쓰기에만 몰입하고 싶어 진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어른이 되어 여러 역할이 생기는 순간부터 시간은 내 것이 되기 어렵다. 짬을 내고 노력을 해야만 겨우 내 시간이 확보된다. 그 시간도 오롯이 내 시간으로 집중하면 좋겠지만 삶은 녹록지 않아서 온갖 걱정들과 해야 할 일들에 매몰되는 경우도 많다. 차라리 그럴 때는 내 공간을 벗어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1시간밖에 없는데 나가봤자 뭐 하겠어, 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려 하지만 1시간은 굉장히 큰 시간이다. 1시간 안에 글 하나를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영감 정도를 받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요즘 내게는 그런 시간이 부족했다. 매일 해야 할 일들에 쫓겨 오롯이 나로 있지 못했다. 그리고 겨우 1시간을 얕잡아 봤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몇 년의 시간 동안 뼈저리게 느꼈다. 신중한 편이라 실행력이 부족했던 나는 늘 변화를 꿈꿨지만 도전하는 것이 어려워 늘 그 상태의 삶만을 살아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때는 없었지만 늘 핑계를 대며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곤 했다. 무언가 도전하려면 금전적인 부분도 따져 보아야 하고 시간도 투자해야 하고 체력도 있어야 하고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 나는 그 모든 것에 핑계를 대며 내가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늘 정당화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이것 때문에 안돼, 저것 때문에 안돼.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변화를 원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니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당연한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 삶이 불행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내 속에 있던 어떤 열망에게는 계속 물을 부은 셈이었다. 나는 지금의 삶도 충분히 만족한다. 그러나, 이제는 내 속의 열망에 물을 붓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후의 내가 지금 나를 찾아와 바라본다면 무슨 말을 해줄 것 같은가?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해봐.


10년 후의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금의 나에게 이렇게 말하며 나를 일깨워줄 것 같다. 10년 후에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나는 10년 전에라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무언가를 했다면 변화된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 같다. 왜 늘 늦었다고 핑계되고, 왜 안된다고 망설이고 주저하느냐고, 지금이라도 너의 일을 하라고 얘기할 것 같다. 내 안의 열망에게 더 이상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말라고.

"10년 전 그때의 나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내게 그때는 굉장히 이른 때였는데 말이야."

나는 지금이라도 불씨에 부채질 정도는 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좋았던 기억을 하나 쓰기 시작했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좋았던 기억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봐, 뭐든지 생각하기에 달린 거잖아.'(이것도 말은 참 쉽다는 것을 안다. 생각을 전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남의 생각은 내 맘대로 바꿀 수 없지만, 세상에서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 물론, 바꾼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지만. 좋은 기억들이 쏟아져 나오자 그 감각들의 홍수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살짝 흥분 상태가 된다. 적당한 흥분이 있는 상태의 감각이 내 뇌를 움직이고 나를 행동하게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는데. 마음이 조급해서 불안해질 때는 일단 멈추는 게 답이었던 것 같다. 1시간의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를 향해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면서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조금씩 계단을 오르듯 꾸준히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급하고 불안할 때는 성큼 크게 오르고 싶은 욕망에 휩싸여 한 계단도 오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니, 나 자신 먼저 돌아보고 나 자신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다. 내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주는 것이 먼저다. 살살 달래서 한 걸음씩 오르게 도와줘야 한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하고 싶은 일을 자꾸 미루다 보면 좋아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삶이 재미없게 느껴진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망설이게 되고 조급증만 생긴다면, 잠깐 멈춰 서서 나 자신부터 들여다보자.


Special Thanks To...

마지막으로, 몇 년간 물을 부었음에도 아직까지 꺼지지 않은 나의 열망의 불꽃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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