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은 나의 육아동지

시어머니의 아들 공유하기

by 또는

남편은 결혼할 때도 그렇게 헷갈리게 하더니 결혼하고 나서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짓만 해댔다.

“ 그래서 집에 온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항상 출장을 나가는 직업이라 언제 들어오고 언제 나가는지 알아야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할텐데 무슨 큰 이벤트라도 하는 마냥 나에게 제대로 얘기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정작 해야 될 이벤트는 한번도 한적이 없다.


남편에게 언제올건지 항상 물어봐도 매번 내가 얻고 싶은 답은 돌아 오지 않았다.

남편은 궁금해 하는 나의 모습을 마치 트루먼쇼 보듯 즐기는 것 같았다.


‘젠장, 알아서 올 때 되면 오고 갈 때 되면 가겠지.’


결혼 10년이 넘어가자 자연스럽게 이런 마음으로 지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이제 남편에게 적응을 한건지 포기를 한건지 그려러니 하는 마음으로 지냈는데 신랑이 시댁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어머니의 고민이 깊어지셨다.

내가 짊어졌던 고뇌의 순간들이 이제 어머니에게로 옮겨졌다.


“ 도대체 오면 언제 온다는 말도 없고, 집에 오면 술만 먹고 앉아있고 물어봐도 답을 하나..”


어머님은 나와의 통화에서 하소연이 길어지자 흠칫 하셨는지 이내 말을 정리하셨다.

본인의 아드님 문제를 너무나 친근하게 얘기하시다가 상대가 며느리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시고 아들 욕은 더 이상 자제를 하시는 듯 했다. 나는 속으로 통쾌한 웃음이 났지만 한편으로 어머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님의 아들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제는 내 남편이 된 사람 이기에 어머님은 나이드시고 이게 무슨 고생이신가.


결혼하면 시월드니 고부갈등이니 '시'자 붙은 시금치도 먹기 싫다느니 죄없는 시금치가 무슨 잘못이겠냐마는 나는 시어머니의 시금치가 젤 맛있으니 그나마 다행 중에 다행이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앞에서 자기 아들 흉보는게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내 아들 잘났으니 니가 잘해야 되지 않겠니라는 막장 드라마에서 볼 법한 시어머님이 아니신 게 어딘가.



나의 고민을 어머님과 함께하게 되자 묘한 동질감이 생겼다.

어머님도 그러신 건지 나와 전우애 같은 감정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 그래도 아무리 미워도 나는 아들이니 어쩔 수 없다만...”

그 뒤의 말은 나와 남편의 관계에 대한 걱정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님께 다른 효도는 못해도 적어도 걱정거리는 드리면 안될 거 같았다.

어머님의 아들을 사랑하기로 했으니 끝까지 책임져야 되는 게 인간의 도리이자 의리 아닌가.




나는 오늘도 그렇게 남편을 사랑해야 될 이유를 한가지 더 찾았다.




백희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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