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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 Jul 19. 2021

불행해지는 방법 알려드립니다

행복해지기 어렵지 불행해지기 어렵나

저는 요즘 주변 지인들을 만나면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합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언젠가부터 저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키워드가 되었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저 자신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소위 “행복 전도사”라고 부르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방법을 알지 못하거든요.


제가 행복을 제 인생의 키워드로 삼으면서도 감히 다른 분들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이 한마디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백 명에게는 백가지 행복이 있다



제가 일전에 제 브런치의 “행복의 Golden Circle”에서도 썼다시피, 행복의 중심은 “나”입니다. 이 글에서 저는 행복은 “나”를 찾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썼습니다. 행복을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간단하게 [내가 만족하고 즐거운 것]으로 정의하겠습니다.



사람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영역과 만족을 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누군가는 춤추는데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는데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남들 앞에서 멋지게 노래 부르는 데서 만족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노래를 못 해도 혼자 노래방에서 목 터져라 부를 때 만족을 느낄 수 있지요.


이처럼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지 타인에게 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코칭이 행복이라는 주제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이유 또한 코칭은 멘토링이나 컨설팅처럼 앞선 경험이나 솔루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 안에 있는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인지심리학 실험에서 지원자들에게 전화기를 보여주며 전화기의 특징을 정해진 시간 동안 써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같은 시간 동안 전화기와 메모지를 두고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으로 전화기의 특징을 써보라고 했더니 앞의 전화기만 두고 쓴 것보다 더 많은 특징들을 도출해냈다고 합니다.


이처럼 무언가를 이해할 때 그 대상 자체만 두고 고민하는 것보다 비교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면 불행해지는 방법을 통해 행복으로의 길을 가늠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전 누군가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반대로 불행해질 수 있는 방법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남과 비교하면 아주 쉽게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Highway to 불행 (출처 : unsplash)


A와 B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A나 B의 기준이 아닌 다른 외부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외부의 기준으로 나를 평가한다는 것은 내가 평가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는 것이며 동시에 행복이라는 주관적인 감정을 객관화하고 상대평가가 가능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또한 비교는 경쟁을 불러오게 마련입니다. 물론 경쟁을 통해서 물질적인 혹은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어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백 명에게 백가지 행복이 있을 수 있는 것인데 행복이 객관화되는 순간 정해진 기준에 따른 한 가지 종류의 행복에 대한 경쟁이 시작됩니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님은 2015년 아시아리뷰의 “사회의 질, 경쟁, 그리고 행복”에서 비교와 행복의 역상관관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합니다.


타인과 비교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일과 지위 및 물질을 중시하고 경제적 성과가 높지만, 과소비와 과시적 소비 경향도 강해진다. 그리고 비교 성향이 높을수록 건강과 행복감 및 삶의 만족도는 낮아진다.
(중략)
비교 성향이 강할수록 집단 추종, 극대주의, 이기주의 성향이 강하며,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행복감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 출처 : “사회의 질, 경쟁, 그리고 행복”, 아시아리뷰 제4권 제2호 중


우리나라가 얼마 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이라 불리는 B그룹으로 변경되었지만 동시에 OECD 37개국 중 국가 행복지수 순위는 35위에 불과한 것도 치열한 경쟁을 통한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년 전 ‘도대체’ 작가님의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에 실린 “행복한 고구마 가 인터넷에서 널리 공유되고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가끔씩 다시 찾아보게 되는 4컷 만화입니다.


(출처 : '도대체' 작가님 페이스북 중 "행복한 고구마")


인삼밭에서 자신이 인삼인 줄 알고 행복하게 자라던 고구마가 있었고, 이런 착각 속에 행복해하는 고구마를 옆에서 바라보던 인삼과의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 는 아니고 7편짜리 짧은 4컷 만화입니다.


여기에서 고구마는 자신이 인삼이든 고구마이든 그저 자기 자신으로서 행복해하는 반면, 인삼은 자신이 고구마보다 더 우월하다 느끼면서도 자신과 고구마를 비교하며 스스로도 행복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위 이재열 교수님의 글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지요.


이처럼 비교는 불행해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비교와 경쟁에 너무나도 길들여져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만 해도 얼마 전에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선발 과정을 보며 누가 붙고 안 붙을지를 예상하고 있었으니까요.



성공으로 가는 첫 단계는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하지요. 이제 비교가 우리를 쉽게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으니 행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비교를 줄일 방법도 고민해봐야겠네요. 제가 제안드리고 싶은 방법은 “넓히고 좁히기”입니다.


“넓히기”는 다양성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스테이크가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일까요? 내가 집에서 프라이팬에 했던 스테이크? 큰 맘먹고 간 레스토랑에서 완벽한 미디엄 레어로 구워져 나왔던 스테이크? 아니면 내 입에는 한 조각도 안 들어왔지만 유튜브에서 봤던 스테이크? 그렇다면 스테이크랑 떡볶이 중에 뭐가 더 맛있을까요? 이런 비교에서는 취향이 있을지언정 우위를 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제 스테이크 먹은 친구와 떡볶이를 먹은 저 중에 누가 더 잘 먹었는지 비교할 수도 없을 겁니다. 이처럼 다양성을 늘리는 것은 우리를 비교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좁히기”는 경험을 일반화하지 않고 좁혀 들어가 나만의 특별한 경험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집에서 직접 구웠던 스테이크가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것보다 맛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해주기 위해 새로운 조리법을 알아보고 몇 시간에 거쳐 시즈닝-오븐-팬프라잉 해서 구운 스테이크를 가족들과 맛있게 먹었던 경험은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억입니다. 단순히 사물 혹은 대상에 초점을 두고 비교하기보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경험으로 만들어 보세요.


넓히니 좁히니 복잡해 보이신다면, 더 간단한 방법도 있습니다. 조금 뻔뻔해지는 거지요. 주변에서 나의 것이 아닌 잣대로 나를 혹은 나의 경험을 평가려든다면 -속으로 콧웃음 치면서- 이렇게 말하거나 생각해보세요.


싫은데? 난 이미 충분히 좋거든?
필요 없으니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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