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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ness 깬 내면 Aug 06. 2023

<물음표 나그네와 그림자> 생각 세상 세계(1)

마음 그림자 - 연재소설

급격하게 인구가 줄어드는 세상이 되었다. 치명적인 원인은 바로 인간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었다.


2034년 지구 인구 64%가 줄었다.


강대국 간의 전쟁이 있었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도 많았다. 출산율은 뚝 떨어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알 수 없는 자살률이 전쟁과 질병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030년 이후 겨우 4년 동안 벌어진 상황이다. 작은 도시는 사람 보기가 힘들 정도다. 시내 한복판 텅 빈 광장은 태양 볕에 개미도 사람도 다 태워 버렸는지 모래 먼지만 날리는 사막 같다. 


빌은 홀로 벤치에 앉아 있다. 혹시 누구라도 나타날 때까지 있어 보겠다는 오기인지 꿈적도 하지 않고 앉아있다. 눈은 초점을 잃고, 목구멍은 나뭇가지처럼 타 들어가 일어서려고 하는데, 그때 누군가 손짓을 하며 다가왔다.


"어이~ 야, 이게 얼마만이야?"

광장 왼쪽 편에서 오는 남자가 활짝 웃으며 발길을 재촉했다. 빌은 자기를 부르는 게 맞는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

"야, 이게 얼마만이야? 반갑다!"

그는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듯, 손을 내밀며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요? 절 아세요?"

"그럼 알지, 나야 나 스티브"

"스으-티브?"

"아- 이런, 이 얼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잠깐 생각을 못했구나..."

그의 활짝 웃던 얼굴은 어느새 태양 빛으로 타버린 듯 사라지고, 뭔가를 설명하려다 잠시 머뭇거렸다.


"오래전 얼굴이 이렇게 됐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아......"

"......?"

"하지만, 어때? 내 목소리는 기억하지?"

"어어, 그- 그래 기억난다. 그래, 반갑다. 스티브"

빌은 스티브의 코 위로 반 이상 변해 버린 얼굴을 보고,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멋쩍게 대답했다.

"근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랫동안 보이지도 않고?"

반가운 마음보다 몰라볼 정도로 바뀐 스티브 얼굴 때문인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지난 일을 먼저 물었다.


"......"

"와, 오늘 무지 덥다" 말 없는 그의 표정 때문인지, 다른 말로 빠르게 바꿨다.

"으응, 그래 오늘 참 덥다. 우선 우리 저쪽 그늘로 갈까?"  

"그래 그래, 가자"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이 얼굴에 대한 상황은 잘 모르고, 물음표 남자가 말해준 것밖에 몰라. 그 사람이 말해 준 이전 기억은 있는데, 그게 내가 자주 중얼거리던 말이 있었지. 그리고 그 사람 이후로 기억나는 건 이미 이렇게 변한 얼굴이 됐고. 사고 내용은 그 사람이 얘기해 줘서야 알게 되었어."

"그래?..." 빌은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듯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요즘 자살 하는 사람이 많듯이. 나도... 나도 자살을 하고 싶었나 봐."

"아... 저런, 그랬었구나..."

빌은 그의 무거운 말에 해줄 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 물음표 남자가 사고에서 구해주기 전까지는 어떤 생각들로 주로 사로 잡혔어. 나는 그때까지 너무 끔찍한 생각들이 자주 떠올라서 그 생각들을 하고 싶지 않아 다른 말을 중얼거리곤 했는데, 그렇게 중얼거려도 자꾸 같은 생각들로 끌려가곤 했어."

"무슨 생각이...?"

"그 생각은 버릇처럼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었어.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나쁜 생각을 하면 안 돼, 나쁜 생각을 하기 싫어. 생각하면 안 돼. 생각을 하면 생각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생각이 자꾸 떠올라 좋은 생각을 붙자고 싶어. 하지만, 금방 도망가. 다른 생각을 떠올려서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상상할 수 없는 이상한 생각이 자꾸 떠오르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도 생각을 하게 돼. 생각 때문에 머리가 아파지면 나쁜 놈들을 다 죽이고 싶다는 생각도 떠올라. 그러면, 그러면 또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도 같이 떠올라. 누굴 죽이느니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해. 다른 사람을 죽이면 내가 죽는 것보다 더 큰 벌을 받을 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나를 화가 나게 하는 놈들은 다 죽여 버리고 싶어. 그러면 안 되는데,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다른 생각을 하면 될 거야.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자꾸 나를 괴롭혔던 놈들한테 복수를 하고 싶은 생각만 나. 복수하는 방법도 알 수 있어. 아주 잘 알아. 아니, 내가 죽는 방법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더 좋다고 생각해. 이렇게 자꾸자꾸.... 바보같이 자꾸 생각에 빠져 떠들고는 했지."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스티브는 말을 하다 갑자기 멈추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 빌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스티브의 멍한 표정에 함께 그의 표정에 빨려 들어갔다.

"그러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아. 그다음 이야기는 그 물음표라는 사람이 알려 주더군. 그 사람이 그러는데, 내가 불난 집에 마구 뛰어 들어갔다는 거야. 처음에는 내가 사람을 구하러 들어가는 줄 알았데. 하지만 상황을 보니 그렇지 않았던 것 같더라는 거야. 내가 들어간 후 누군가 몸에 불이 붙은 채로 나를 밖으로 엄청난 힘으로 밀쳐 냈다고 하더군. 그 사람은 온몸에 불이 붙었기 때문에 살 수 없었고, 나는 긴 머리털에 불이 붙은 체 나뒹굴어 기절을 했다더군. 물음표라는 사람이 그런 나를 보고 허겁지겁 자신의 옷을 벗어 불을 껐고, 이후 내 얼굴은 이렇게 됐다는군."

"아, 저런...." 이야기를 듣던 빌은 멍한 숨을 짧게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간 후, 내가 깨어났을 때 이렇게 말했어."

[이봐 친구? 자네도 생각이 너무 괴롭혀서, 그렇게 불난 집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갔나?]

"예?, 그걸 어떻게?......"

[나는 요즘 자살이 왜 갑자기 많아지는지 알아보고 있다네. 그러던 중 조금씩 알게 되었지.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은 어떤 생각에 휩싸여 죽게 되었다는 것도...]

"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부터 생각이 복잡하게 많아지더니, 나도 모르게 행동이 이상해지기도 했어요."

[이보게 다음에도 그러면 이렇게 한번 해보게. 잠깐만, 그러기 전에 잠깐 눈 좀 감아 보게. 그런 다음 마음의 중앙에 집중하고 있게나]

"그가 시키는 대로 나는 아무 말 없이 따라 했어.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갑자기 순간 머릿속에서 짧은 섬광 같은 게 일어나더니 전기가 온 것처럼 찌릿한 거야. 그 후 다른 기억은 없고 눈을 뜨라고 해서 떴지. 그리고 그가 이렇게 말했어."

[이보게 앞으로 생각이 또 괴롭히면 이렇게 말을 되네게 '그림자/그림자/그림자'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그럼, 잘 지내게. 나는 갈 테니 다음에 인연이 되면 또 보자구. 아, 전화번호 있으면 주게나, 더 알게 되는 정보가 있으면 알려 줄 테니]

"그는 그렇게 떠났고, 나는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편안하게 지냈지. 그 이후로는 얼굴 화상 치료를 받고 나을 때쯤 퇴혼을 하고 집에서 지냈어."

"아, 그랬구나. 그럼 이제는 괜찮은 거야?"

"퇴혼 후 얼마동안 괜찮았었지. 하지만 얼마 후 다시 예전처럼 생각이 또 떠올랐는데, 이번에는 꿈에서 생각처럼 떠오르는 거야. 근데, 이상한 건 꿈이라는 걸 알겠더라고. 그래서 이건 꿈이다 꿈이다 자꾸 되뇌었지."

"꿈에서?"

"응, 그래 꿈에서... 그 꿈 이후로 낮에도 다시 비슷한 생각이 반복되었는데, 그때 나는 물음표 나그네가 해준말이 기억나서 '그림자, 그림자, 그림자'라고 속으로 반복했어."

"근데, 왜 그 사람이 물음표 나그네인 거야?"

"아, 그건... 내가 그 사람 이름을 물어볼 상황도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거든. 그래서 의문이 드는 말만 남기고 떠나서 그렇게 부른 거야.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도 잘 몰라. 아무튼, 그 물음표 나그네 때문에 생각이란 놈이 점차 그림자처럼 되었어. 화상으로 얼굴은 흉하게 변했지만 다행히 귀신같은 생각도 점자 변해가고 조용해졌어." 그는 허공의 빈 공간을 응시하며 표정 없이 바라보았다.


뜨겁게 도시를 태워 버릴 듯한 태양은 어느새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들은 축 처진 해바라기처럼 불빛을 막 켜지기 시작하는 가로등 아래서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나방이 날아와 그들의 이야기를 방해하자 그제야 밤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빌이 컴컴해지는 하늘을 보며 이야기했다.

"그러게 벌써 밤이 되었네."

"오랜만에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겠네. 오늘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 "

"그래 나도 오랜만에 보게 돼서 너무 반가웠어. 다음에 또 보자."

"많은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나도 요즘 생각이 많아져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다음에 또 보자."

"그래, 잘 가. 생각 조심하고..."


빌은 잘 가라고 악수를 나눈 후 손짓을 하는 스티브를 미소로 답하며 손을 흔들고 돌아섰다. 그때 빌은 어떤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그러더니 뒤통수에서 누군가 말하듯 생각이 생각으로 연속해서 떠오르고 또 떠올랐다. 그러다, 스티브가 말해준 생각도 떠올랐다. '그림자, 그림자, 그림자' 그 생각이 떠오르자. 작은 소리로 모기가 윙윙 거리듯 빌은 자기도 모르게 그림자/그림자/그림자'라고 말했다. 발걸음에 맞춰 가로등불에 비친 앞 그림자를 밝아 가며 걸어갔다. 


'그림자. 그림자. 그림자... 그 그림자... 그 그림자 여기 있네... 그림자가 따라오네. 그림자 그림자 그림자가 따라오네.'...... 그림자가 따라가네. 그림자 생각 하나에 둘.... 셋에 둘... 그림자가 그림 그리고 다시 하나... 앞에 가네'


  * * *


얼마 후 물음표 나그네가 스티브에게 휴대폰 문자로 원인 일부를 전해 주었다. 

[-지금까지 조사해 본 바로는 아마, 생각 전염이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

[네? 생각이 전염된다고요?]

[예를 들어 누군가 트라우마가 크게 있는 사람이 고통을 호소하면, 상대방의 잠재된 무의식 속 봉인이 풀러 방아쇠를 당긴다고나 할까... 원인은 어떤 기생물이 숙주의 신경망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일부러 감정의 고리를 건드리 수 있다는 거야.]

[그럼 어떤... 방법이라도 있나요?]

[아직까지 방법이라고는 생각을 멈추거나, 아니면 한 가지 생각을 하거나 일에 집중하는 거밖에 없어 보이네.]

[백신이나 약은 아직까지 없는 건가요?]

[신경 안정체 등으로 할 수 있지만, 조절을 잘못하면 오히려 더 미처버리거나, 자살하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가 올 수 있다는 군.]

'그럼......' 그는 어떤 말을 하려다 말고, 속으로 말을 했다. 생각으로

'그런데 저는 그날 선생님께서 말해주신 뒤로는 조금 좋아졌습니다. 가끔 다시 옛날 생각이 누가 말하는 것처럼 올라오기는 하지만...' 하고 생각으로 말하고 생각했다. 

[... 아무튼, 생각 조심하고 혹시 누구 만날 일 있으면, 말 대신 문자로 필요한 정보만 주고받게나. 그렇지 않고 서로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감정 전염이 될 수 있으니까. 참고하시게]

[예, 알겠습니다. 문자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아는 사람이 생각을 줄여주는 칩을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테스트 중이라 부작용은 아직 확실치는 않다고 하는군. 뒷목 위에 붙여 약한 전류로 주파수를 흘려보내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급하면 신청해서  망상 같은 생각을 멈춰 방지하면, 자실이라도 멈출 수 있을 거라고 하더군.]

[예, 참고하겠습니다! 급한 상황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순간 스티브는 머릿속에 친구 빌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빌? 잘 지내? 나야 스티브. 오늘 물음표 나그네에게 전해 들은 내용이 있는데, 생각을 조심하라고 하더군. 생각도 전염될 수 있으니, 꼭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는 조심해서 할 말만 하거나, 이렇게 문자로 하는 게 좋겠다고 하네. 그래서 나도 전화 대신 문자를 보내니 생각하고 감정 조심하게. 상대방도 그리고, 내 마음 안에서 떠오르는 망념도... 혹시 생각이 지나치게 많이 떠오르거나, 주위에 망념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으면 응급 처치용이 있다고 하니, 필요하면 꼭 연락해 줘] 스티브는 지난번 빌과 대화를 오래 한 것이 영 마음에 걸려, 바로 빌에게 문자를 보내 알렸다.


'생각하면 생각이 떠오르고, 생각 안 하려고 해도 생각이 떠오르고, 생각하지 말자고 하는 것도 생각이고, 그림자. 그림자. 그 그림자. 그림처럼 그림자가 떠오르네...'

빌은 고장 난 휴대폰에 녹음을 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림자, 그림자, 내안에 그림자. 수 많은 그림자 어디로 갈까... 길 잃은 그림자...'


생각 그림자







생각 세상 세계

<2화: 그녀의 또 다른 세계>가 다음 연재 예정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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