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살인자 미움/원망 -나를 괴롭히는 나 탈출(11)

내 안의 감정

by Onlyness 깬 내면


"선생님 말씀 중에, 마음 깊이 남은 게 있어요"

"...?"

그녀의 말에 민준은 말없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듯 입술을 다물어 올렸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나를 괴롭히는 것이니, 원망도 하지 말라는 예기요. 그래서 그러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돼요. 그런데, 그 말은 정말 맞긴 맞거든요. 왜냐하면 미워할 때마다 원망이 올라와 제가 미치도록 괴로워져요. 그래서 전 미움이 올라오면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돼요. 그런 거 있잖아요. 하지 말자고 하면 자꾸 생각이 떠오르는 거. 요즘 제가 그런 상태예요."


말을 일시 정지한 혜정은 잠시 머뭇거렸다. 초점 없는 눈동자에는 돋보기처럼 물방울이 고여 올랐다. 부끄러웠는지 방울이 떨어지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정말 괴로워 죽겠어요. 너무 괴로워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미워하지 말자고 하는데,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너무 어렵고 안 돼요. 그 나쁜 자식은 시도 때도 없이 눈가에 아른 거려서 괴롭혀요. 나만 사랑한다고 해 놓고선. 지금은 다른 여자 때문에 떠나 버렸어요. 사기꾼 같은 놈. 거짓말쟁이. 저는 그 사람을 수도 없이 내 마음에서 죽였었요. 죽이고 또 죽였어요. 하지만 죽지 않는 귀신이 되어 자꾸 나타나요"

영주는 지우려고 노력하는 것도 힘들어 다 포기하고 싶지만, 이제까지 함께한 기억을 버리기 힘들다고 했다.


"......"

화풀이라도 하듯 더 떠들고 싶었지만, 바보가 된 것 같은 혜정은 마무리하듯 말을 했다.

"이렇게라도 털어놓으니 마음이 좀 후련하네요. 그리고, 다행인 건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요. 그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마음에서 일어난 건 외면하지 말고 그림자처럼 알아주기만 하라던 말. 남 보듯 그러다 보니 요즘은 잘 끌려가지 않고 정말 그림자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마치 한 몸처럼 묶여 동일시된 느낌에서 조금 떨어져 나온 느낌이랄까. 그래도 가끔 이렇게 미치기도 하지만요."

"......"

"가끔은 마음을 아무리 바꾸려 해도 오히려 저항감만 더욱더 크게 느껴져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이제는 바꾸려 하지 않고 한편으로 그냥 그림자가 왔다 가는구나'하고 그러려니 하니까요."


민준은 아무 말 없이 동의하듯 고개만 작게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었다.


"이 말이 하고 싶었나 봐요.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그녀는 스스로의 말을 되새겨 위로받으며, 자신이 그림자와 싸우고 있었다는 걸 깊이 느끼고 있었다. 마치 생각에서 떨어져 조금은 멀리 해방된 것처럼.


민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자기가 했다는 말을 곱씹어 보았다. '나도 그럴까? 나도 괜찮은 걸까... 이제 자유로워진 걸까. 그 사람은 단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선택한 것일 뿐이었겠지...' 민준도 누군가 때문에 완전히 뒤바뀐 삶으로 인해 원망하던 시간을 뒤돌아 보며 짧게 생각했다.


"전 저를 사랑하지는 못하겠지만,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는 않아요."

그녀는 고개를 들며 눈을 위로 굴려 닦고, 천정을 향하며 낮게 말했다.



cemetery-4956270_1280.jpg 미움 원망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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