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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바람길

by 정윤

며칠 전에는 봄의 그리움이 가득한 바다를 싸안고 있는 강화나들길을 걸었습니다.

내가 걸었던 그 길 이름은 바람길이라 합니다.

그 길을 걷노라니 내 마음속에는 어린 소녀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친척집에 가느라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한 소녀. 강에서 바라보면 멀리 보이던 누런 갈대숲과 이름 모를 나무들이 군데군데 서있던 풍경들. 강가에 하얗게 떼를 지어 앉아 있던 새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일제히 날아오르던 새떼들의 느릿한 움직임.

그 풍경이 영화 속 영상처럼 잊히지 않고 가슴 한편에 남아 있습니다.


강에서 내려 언덕길을 걷노라면 나지막한 야산들과 길 양쪽으로 옹기종기 집들이 있었고요, 해 질 녘 저녁노을을 받은 수면들이 금빛으로 반짝거리던 모습, 비포장도로인 신작로를 따라 뽀얀 먼지를 날리며 지나가던 버스들. 그 신작로를 걸어가던 시골길이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습니다.


강화 바람길을 걸으며 어릴 적 그 풍경들과 너무나 흡사해 그 기억들이 살포시 솟아올라 가슴을 적시더군요. 살랑살랑 얼굴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냄새에도 봄의 숨결이 묻어납니다. 이제 봄은 머지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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