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어주는 사람

by 다섯시의남자

옆에 있어주는 사람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킨다는 건 참으로 힘들고 또 의미 있는 일이다.

요즘 38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퇴직을 열흘 남짓 앞둔 아내의 하루하루는 분주하다. 그 작은 책상 하나에 뭘 그리 많은 흔적을 쌓았는지 하나씩 정리하는 내내 지난 세월을 곱씹느라, 되 집느라 손길은 하염없이 더디다.


고3이었던 어린아이는 사춘기 한 번 제대로 겪을 새 없이 따박따박 월급을 모으고 가족을 돌보고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또 남편을 도왔다. 그 사이 희어진 머리는 연륜과 함께 멋있어지고 세월 동안 쌓인 인품은 한여름 백합처럼 우아하다.

우리는 30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여전히 환한 웃음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혼자 산책하고 여행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제 내 마음대로 걷던 걸음을 차분히 하고 발을 맞추어 천천히 갈 것이다. 가끔은 서로에게 묵상의 시간을 허락하고 각자 작은 골방을 찾을 때도 있겠지만 이내 안부를 묻고 또 손을 잡고 걸을 것이다. 그렇게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는 서로에게 대단한 뭔가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여지 것처럼 ‘옆에 있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려는 것뿐이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햇살이다. 시인의 말처럼 이리도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어느 추억의 시절을 그려도 보고, 갈 수 없었던 길에 대한 아쉬움에 슬퍼지기도 하자. 그리고 여전히 누리고 있는 이 햇살과, 함께 하는 다정한 사람을 더욱 사랑하자.

그것이 내가 그리던 의미 있는 인생이며 행복일 테다.


아내의 퇴직을 축하하며 위로하며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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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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