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배낭여행을 간다.
딸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이틀 후에는 대만으로 여행을 간다. 대학 입시 결과가 나기 전에 배낭여행을 계획했고 제수를 하면서까지 원했던 대학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한껏 들떠 있다. 딸을 보면서 ‘붕붕 떠다닌다는 말이 저런 거구나’ 생각했다. 시도 때도 없이 실실 웃고 다닌다.
여행 가방을 싸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계획할수록 짐이 늘어난다. 고데기까지 챙길 기세다. 머무는 날보다 더 많은 옷을 다양하게 준비한다. 저 정도면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저 중에 절반은 가방 밖을 구경도 못할지 모른다. 이것도 과정이다 싶어 아무 소리 하지 않는다.
배낭은 가벼워야 한다.
혹시 해서 넣은 손톱깎이 세트, 여분의 노트 한 권 정도는 괜찮다. 당장은 말이다. 몇 시간 메고 다니다 보면 이것도 은근히 부담되기 시작한다. 그러다 하루 종일 메고 다니면, 며칠을 넣어 다니면? 당장에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은 것들로 배낭이 가득한 걸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도 여행지에서 또 잔뜩 물건들을 사서 비좁은 가방에 쑤셔 넣는다. 마치 여행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딸의 배낭뿐 아니라 내 인생의 배낭에도 근본 없는 근심 걱정 탓에 쓸데없이 채우고 있는 것들이 있다. 처음엔 눈치채지 못했지만 계속 지고 다니면서 신나는 여행을 방해하고 있다.
배낭을 열어 혹시 하는 물건을 빼고, 근심을 빼고 그리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흥미로운 호기심을 가볍게 채우고 싶다.
딸은 여행을 다녀오면 곧바로 기숙사 입실도 준비해야 한다. 물론 그 짐도 만만치가 않다. 승용차로 다 옮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여행을 다녀오고 서울로 이사를 가고 나면 다시 우리 부부가 사는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서 대학을 다니고 취직을 하고 연애를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서울로 가서 살 일도 없다. 각자의 집에서 각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기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슬픈 일도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과정을 돌아보며 감사할 뿐이다.
딸이 가볍게 인생을 여행했으면 좋겠다. 본질을 잊지 않고 거추장한 짐들을 내려놓는 것에 아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불확실함 속으로 나아가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