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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Dec 06. 2021

결혼을 마치고

아낄 땐 아끼고 쓸 때 쓴다는 것의 의미

  오와, 나도 결혼을 끝냈다. 나 스스로를 돌이켜봤을 때 성숙하면서도 아름다운 나이에, 야외에서, 엄숙함을 벗고 하객들과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소박한 결혼식을 했다는 점이 가장 감사했다. 국회의사당 한옥 뜰에 남편의 기타연주, 나의 축가, 그리고 엄마의 독서력이 담긴 축사가 가득 차올랐다. 동종 업계 결혼에 보내주시는 짖궂음과 애정이 섞인 축하의 마음들, 특히나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찐친들한테 가슴 깊이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을 하다보면 비용과의 싸움에 많이 맞닥뜨린다.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이라는 슬로건을 앞에 두고선 돈을 한 없이 써도 될 것만 같은 묘한(?) 마법의 주문들이 흩뿌려졌다. 나의 철칙은 하나. '사치는 부리지 않되 쓸 비용을 아끼지는 말자'였다. '사치'란 소위 말해 '스드메'의 영역이었는데 나의 자신감과 매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스드메 평균 비용 선에서 지출하고 그 이상은 투자하지 않았다. 비싼 곳을 상담을 받아보았지만 '아무리 인생에서 한번뿐이라고 해도 이게 과연 최선인가?'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고, 이후 진행된 다른 플래너 상담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받을 수 있었다. 이 플래너와 계약을 맺고 드레스투어를 진행했다. 화려한 드레스숍, 심플하고 우아한 드레스숍 두 곳을 갔는데 전자는 나와 잘 어울리지 않았을 뿐더러 야외에는 은은한 아름다움이 더 예쁠 것 같아 후자를 택했다. 메이크업은 방송메이크업을 받아보아서 그런지, 실장이냐 원장이냐, 부원장이냐 하는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급'에 얽매이지 않고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다만, 스튜디오만큼은 우리가 원하는 하이엔드 급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론 하루 한팀 촬영에, 한옥 배경에 한복씬도 마음껏 찍어볼 수 있었던 데다, 깊이 있는 구도감이 마음에 들었다. 스튜디오 촬영을 하다보니 나는 화려한 비즈감에 풍성 라인보다는 깔끔한 머메이드라인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쓸 비용을 아끼지는 말자' 영역은 첫째, 앨범이었다. 우리가 봐도 너무 다 잘 나왔기에 집에 걸고 오랫동안 보고 싶은 사진들이 많았다. 지금도 집안의 훌륭한 장식품으로 기능하고 있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본식때 차분한 드레스만 입은 설움 탈피 차 인생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마음껏 샤랄라풍 드레스를 입고 야외스냅을 진행했다. 스냅 촬영 당시에도 제주 풍경 곳곳을 보면서 행복했고, 다녀와서는 자연스러운 사진이 남아 추억이 되었다. 둘째는 하객들을 위한 것이었다. 하객들을 위한 답례품은 꽤 값나가는 홍삼과 술을 준비했다. 하객들이 볼 꽃장식에도 공을 들였다. 그리고 답례품으로 진행되는 예식이었기에 연예인처럼(?) 커피차도 불렀다. 스드메 몇푼 업그레이드보다 하객들이 시간을 보낼 식 자체에 대한 투자가 더 앞선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론 굉장히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결혼식에서 꽃장식 예뻤다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끼리 서로 주고받는 예물은 조금은 투자하기로 했다. 단, 부모님들 간 오가는 선물은 하지 않았다. 직업이 기자인만큼 격식을 차릴 수 있는 소품들을 생일을 겸해 서로에게 선물했다. 그전에 가지고 있는 것들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결혼이란 기회를 빌린 셈이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니 후회는 없다. 다만 저 본식드레스가 나의 베스트였을까, 에 대한 아쉬움은 약간 남아 있었다. 한벌밖에 못 입는 아쉬움에 약간 눈에 차지 않는 매무새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명 없는 야외이기도 했고, 은은한 디자인에 나만이 소화할 수 있는 형태를 골랐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결혼식을 하면서 느낀 건 끊임없는 선택의 시간들이 나를 기다린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남과 비교하게 되고, 처음 가보는 길이기에 실수도 하고, 반면 너무 많은 정보 탓에 머리도 혼란스럽고… 여러 생각이 닥쳐온다는 것.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내 중심을 잡는 것. 결혼 '준비'에 매몰돼 결혼 '생활'에 대한 자세를 닦는 것을 잊지 말 것. 이 글로 결혼에 대한 여운을 떨치고, 청소도 하고 요리도 하고 재테크 책도 곧 펼칠 테다. 이렇게 신부에서 유부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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