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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아 Oct 15. 2023

사랑 안에서

06. 결국에는 사랑


 내가 모자란 사람으로 느껴져 시작하기도 전에 겁먹고 물러선 사랑이 있다. 그 사람 앞에 서면 내 자신이 벌거벗은 나그네처럼 초라하게 느껴져 웃고 있어도 우는 기분이었다. 감히 좋아해선 안 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을 했다. 도저히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사랑은 나를 좀먹으며 몸집을 불렸다. 다른 것도 아닌 오로지 나의 슬픔을 먹고 자란 사랑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 위에 떨어졌을 때 나는 또 울었다. 사랑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그 사람을 미워하는 척을 해보기도 했다. 사랑은 더할 수도 뺄 수도 없이 그저 사랑이라 나는 그 속에 갇혀 울고 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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