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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아 Oct 16. 2023

낙차落差

07. 우리 사이에 시차가 있어도 미워하지 말아요


 침묵이 맴돌 때 아랫입술을 꾹 깨무는 당신의 버릇을 이미 알고 있어요. 주고받는 얘기 속에서 제 답장이 느려질 때마다 되묻는 당신의 문장 속에서는 초조함이 묻어 있어요. 바라는 마음을 찾지 못해 헤매는 사람처럼 제 사랑을 애매한 손길이라 치부하는 사람처럼 나에게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우리 사이에 시차가 있어도 미워하지 말아요. 이 균열을 막을 수 없어요. 시간의 틈을 끌어당겨 메꾸려고 하지 마세요.

 텅 빈 조각들을 끌어안고 저를 부르지 마세요. 우리 사이에 조그만 구멍이 있어도 틀어막지 마세요.

 멈추지 않고 아래로 쏟아지는 폭포처럼 저를 받아주세요. 우리 사이에 시차가 있어도 미워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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