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식탁 7 :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그릴 앞에서 배우는, 적당한 거
호주의 주말 저녁은 냄새로 먼저 온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이웃집 담장을 넘어 매캐하고 고소한 연기 냄새가 번진다. 바비큐(Barbie)의 시간이다.
이곳에서 고기를 굽는다는 건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그것은 한 주 동안 뜨겁게 달궈졌던 머리를 식히는 의식이자, 가장 원초적인 불의 맛을 즐기는 놀이다. 나는 오늘, 호주인들이 소고기보다 사랑한다는 양고기, 램 찹(Lamb Chops)을 준비한다.
고기는 뼈째 붙어 있어야 제맛이다. 어린 양고기 특유의 우유 향 같은 고소함은 다른 향신료가 필요 없다.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바르고, 로즈마리 잎을 뜯어 문지른다. 굵은소금을 무심하게 툭툭 뿌려두는 것만으로 준비는 충분하다.
테라스에 나가 그릴에 불을 붙인다. 석쇠가 달궈지기를 기다리며 차가운 맥주 캔을 딴다. "치익-" 하는 소리가 그릴 소리보다 먼저 목을 축인다.
충분히 달궈진 그릴 위에 고기를 올린다. "치이익-"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소음이 터져 나온다. 기름이 숯으로 떨어지며 피어오른 연기가 고기를 감싼다. 매캐하지만 싫지 않은 냄새다. 바비큐 앞에서 조급함은 금물이다. 자꾸 뒤집으면 육즙만 빠질 뿐. 고기 겉면이 조금 타더라도 속은 촉촉하게, 적당한 무심함이 필요하다. 마치 인간관계처럼, 너무 가까이서 들들 볶으면 타버리고, 너무 멀어지면 익지 않는 법이니까.
잘 익은 고기를 꺼내 잠시 놔둔다(Resting). 육즙이 고기 전체로 퍼지기를 기다리는 이 짧은 5분이 고기 맛을 결정한다. 그사이 텃밭에서 딴 민트를 다져 식초와 설탕을 섞는다. 톡 쏘는 민트 소스는 양고기의 기름진 맛을 단번에 잡아주는 영혼의 단짝이다. 뼈를 잡고 고기를 뜯는다. 바삭한 겉면을 지나면 부드러운 속살이 육즙을 뿜어낸다. 입안에서 불향과 로즈마리 향이 왈츠를 춘다.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이 뜨거웠던 입안을 씻어 내린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을 멍하니 바라본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드니의 밤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고기는 불에 그을렸지만, 내 마음은 타지 않았다. 오히려 적당한 온도로 훈훈해졌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재료 (2인분 기준)
양 갈비(Lamb Chops/Cutlets): 4~6대. (프렌치 랙 부위가 가장 부드럽고 맛있어요.)
마리네이드: 올리브 오일 3큰술, 로즈마리 2줄기, 으깬 마늘 3쪽, 소금, 통후추.
민트 소스: 신선한 민트 잎 한 줌(20g), 화이트 와인 식초(또는 사과 식초) 2큰술, 설탕 1큰술, 뜨거운 물 1큰술, 소금 한 꼬집.
만드는 순서
재우기: 양 갈비의 핏물을 키친타월로 닦고, 올리브 오일, 로즈마리, 마늘, 소금, 후추를 발라 상온에서 30분 정도 둡니다. (고기가 너무 차가우면 속이 안 익어요.)
소스 만들기: 민트 잎을 아주 잘게 다집니다. 볼에 설탕과 뜨거운 물을 넣어 녹인 뒤, 식초와 다진 민트를 섞어 둡니다. (미리 만들어두면 향이 더 진해져요.)
굽기: 팬(또는 그릴)을 연기가 날 정도로 센 불에 달굽니다. 고기를 올리고 절대 건드리지 마세요. 2~3분 뒤 뒤집었을 때 진한 갈색(마이야르)이 나야 합니다. 뒷면도 2분 정도 굽습니다.
레스팅(Resting): 다 익은 고기를 접시에 꺼내고 호일로 살짝 덮어 5분간 둡니다. 육즙을 가두는 필수 과정입니다!
먹기: 민트 소스를 듬뿍 얹어, 칼보다는 손으로 뼈를 잡고 뜯어 드세요.
Tip. 양고기 냄새가 걱정되시나요? 신선한 양고기는 잡내보다 우유 같은 고소한 향이 납니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굽기 직전에 '큐민(Cumin)' 가루를 살짝 뿌려보세요. 양꼬치 집의 그 맛있는 향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