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한 접시에 담아

시드니의 식탁 9 : 칠리와 마늘, 그리고 새우가 만드는 가장 확실한 해

by Vibbidi Vobbi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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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고 싶은 날엔 피쉬 마켓(Fish Market)으로 간다. 짠내 나는 공기, 흥정하는 소리, 얼음 위에 누워있는 은빛 생선들의 반짝임. 그 소란스러움이 나를 다시금 활기차게 해 준다. 야외테이블엔 이미 관광객들로 만석이다. 나는 튀김 냄새 진동하고 갈매기들의 도둑질을 경계하며 이미 만들어진 것을 먹는 대신 안쪽으로 들어가 가장 신선한 '타이거 프론(Tiger Prawns)'을 산다. 오늘은 내 부엌으로 바다를 가져갈 생각이다.


집에 돌아와 링귀니 면을 삶는다. 면이 익는 동안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마늘과 다진 칠리를 볶는다. 기름이 끓으며 매콤하고 알싸한 향이 피어오른다. 한국인이라면 심장이 반응할 수밖에 없는 냄새. 이 냄새만으로도 벌써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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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한 새우를 팬에 넣는다. 회색빛이었던 새우가 열을 받자마자 붉은 주황색으로 변한다. 이때 화이트 와인을 조금 붓는다. "치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비린내는 날아가고 감칠맛만 남는다. 삶아진 면을 팬에 옮겨 담고, 면수 두 국자를 넣어 볶는다. 오일과 물이 만나 걸쭉한 소스가 되어 면발에 착 감긴다. 이것은 과학이자 마법이다.


접시에 담고 레몬 제스트와 루꼴라를 더해준다.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탱글탱글한 새우와 함께 입에 넣는다. 마늘의 풍미, 칠리의 매콤함, 새우의 단맛이 입안에서 폭죽처럼 터진다. 눈을 감으면 시드니의 푸른 바다가 보인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내 식탁 위가 바로 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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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식탁: 칠리 프론 링귀니


밖에서 사 먹으면 새우보다 면이 더 많아 실망하셨죠? 집에서는 새우 반, 면 반으로 즐기세요. 이게 바로 홈쿠킹의 특권이니까요.


재료(1인분 기준)

파스타 면: 링귀니(납작한 면)가 소스를 잘 머금어서 추천해요. 80~100g.

새우: 타이거 프론이나 킹 프론. 크고 싱싱한 것으로 5~6마리. (머리까지 쓰면 내장 맛이 우러나 더 진해요.) 마늘: 5쪽. (많을수록 맛있습니다. 편 썰기 또는 통마늘)

칠리(고추): 프레시 칠리 1~2개. (페페론치노로 대체 가능하지만, 생고추의 신선한 매운맛이 포인트!)

화이트 와인: 반 컵.

방울토마토: 5~6개 (반으로 갈라서. 감칠맛 담당).

루꼴라 또는 파슬리: 한 줌.

레몬: 껍질(제스트)과 즙.


만드는 순서

면 삶기: 끓는 물에 소금을 넉넉히 넣고 면을 삶습니다. (봉지 시간보다 2분 덜 삶으세요.)

향 내기: 팬에 오일을 두르고 마늘, 칠리를 약불에서 천천히 볶아 향을 냅니다.


새우 굽기: 불을 키우고 새우와 방울토마토를 넣고 볶습니다. 새우 색이 변하면 화이트 와인을 부어 알코올을 날립니다.


섞기: 삶은 면과 면수 1 국자를 팬에 넣습니다.


*만테까레: 센 불에서 팬을 흔들며 볶아줍니다. 오일과 면수가 섞여 소스가 크림처럼 변할 때까지! (너무 뻑뻑하면 면수 추가)


마무리: 불을 끄고 레몬 껍질을 갈아 넣고, 올리브 오일 한 바퀴, 루꼴라를 얹어 섞어주면 완성.


Tip. 다 먹고 남은 오일 소스에 빵을 찍어 먹는 것도 잊지 마세요. 어쩌면 그게 메인 요리보다 더 맛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테 까레(Mantecare)'는 이탈리아어로 '유화시키다', '부드럽고 크리미 하게 섞다'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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