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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Dec 24. 2020

소중했던 맛집 탐방의 그리움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은 미식예찬이라는 저서에서 “식사의 쾌락은 다른 모든 쾌락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라고 말했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은 어느 즐거움보다 지속적이고 큰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미셸 드 몽테뉴는 “잘 먹는 기술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며, 그로 인한 기쁨은 작은 기쁨이 아니다.”라고 하며 먹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한 바도 있다. 


굳이 유명인들의 말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음식의 즐거움과 관련된 유머와 유행어들은 넘쳐난다. 인터넷을 잠깐 검색해 보더라도 “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고기앞으로", "한번 본 사람은 잊어도 한번 먹은 음식은 못 잊는다."와 같은 음식과 관련된 문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tv나 영화 분야에서도 음식과 먹는 즐거움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가 매일 쏟아져 나온다.  



    

먹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음식을 먹는 기대와 즐거움이 주는 행복감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평소에도 tv나 유튜브에서 음식 관련 영상을 자주 찾아보는 편이다. 주말에는 맛 집을 찾아 먼 길을 떠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들여 찾아간 식당에서 만족스러운 음식을 먹을 때 즐거움을 넘어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즐거움이 갑자기 사라졌다. 올해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에는 주로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밖에서 외식하는 일을 자제하다 보니 결국 배달 위주로 음식을 먹게 되었다. 배달하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그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리 후 상당 시간이 흐른 후 일회적 용기에 담겨져 있는 음식에서 바로 내온 따뜻한 음식의 퀄리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하지 못한 스트레스보다 맛 집을 찾아다니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더 컸다.     




매번 배달음식에 대해 실망하다보니 언제부턴가 주말에 직접 요리를 하는 방법을 강구해 보았다. 요즘에는 인터넷에 갖가지 음식에 대한 레시피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것은 초보자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 직접 요리를 해서 밥을 먹으니 배달음식보다 훨씬 만족감이 높아지고 한 동안은 집에서 요리하는 즐거움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집에서의 요리도 한계와 단점이 있다. 요리와 설거지를 하면서 소비되는 시간과 노력은 주말을 온종일 요리와 설거지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결국 스스로와 타협한 결론은 1끼는 집에서 해먹고 1끼는 배달시켜 먹는 방법이었다. 과거 맛 집을 찾아다니며 진미(眞味)를 궁구하던 때에 비하면 아무래도 즐거움의 수치도 떨어지고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까지 음식에 대한 즐거움은 잠시 미뤄두어야 할 수밖에 없다.




2020.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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