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앵두나무 Mar 08. 2024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 (장영은)

상승 동맹자들과의 시간


나는 몇 군데의 글쓰기 모임이 있었고 현재도 진행형인곳들이 있다.

각각의 방마다 멤버들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여성인 점이다.


그중에서도 얼마 전 끝이 난 습관의 글쓰기(글쓰기방 모임명- 석달동안 매일 주말도 빠지지 않고 100개에 가까운 글을 함께 쓰고 읽었다)방의 멤버들은 잔잔하게 오랫동안 내 맘에 머물러있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다 다르다. 너무 다르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하는 일, 거주지, 가족구성원(반려견, 반려묘 포함), 취향, 스타일까지 모두 다....


그런 사람들이 한 가지 이유로 모여 글을 쓰며 하루의 일과를, 그날의 속상함을, 그날의 행복을, 그날의 빡침을 이야기한다. 또 어느 날의 슬픔을, 어느 날의 그리움을, 어느 날의 후회를, 어느 날의 상실감을 써 내려가며 함께 공유한다.


나의 이야기를 쓴 것 같은데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너의 이야기도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누군가가 쏘아 올린 글감이 파도타기를 하듯 자연스레 나의 글감이 되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이야기에 나의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건져 올리기도 했다.


식물을 사랑하고, 바다와 그림책을 사랑하고, 반려동물에게 사랑을 느끼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행복과 좌절을 맛보고, 직장 내 상사들 때문에 깊은 빡침을 하루에도 여러 번 경험하지만 매일 감내하고, 내가 무엇을 더 잘하는 건지 항상 궁금해하고, 어떤 일상을 보냈든 위트를 섞을 줄 알고, 남편의 욕을 3박 4일 동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정을 유지하며 실패가 아닌 성장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고 감동하고, 화나고 웃고 애달프고 안타까워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나의 이야기를 쓰고 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상승 동맹자' 역할을 했다. 타인의 글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보다 좋은 점을 발견하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 서로의 글을 읽으며 자극과 동력이 되어 선순환의 구조가 이루어졌다.


글로 나의 어느 부분이라도 표현해 낼 수 있는 우리는 모두 예술하는 사람들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 예술공동체(습관방)의 일원으로 살았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혼자 즐기는 고독보다 함께하는 소란스러움이 행복했던 시간들.


그녀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였고,

나의 이야기가 그녀들의 이야기였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였고 그것은 우리는 하나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글쓰기 모임의 여러 멤버들이 생각났다. 여자들이 우정이 남자들의 그것보다 진할 수 없다고 소리 내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긴 시간 동안 서로의 글을 읽고 자신의 글을 쓰며 우정을 쌓아 올린 그녀들의 스토리는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다. 사실 글을 쓰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글을 함께 쓰면서 심리적으로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


물리적으로 적당한 거리감과는 달리 글은 타인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가 닿을 수 있는 것 같았고, 너와 내가 달라서 볼 수 있는 관점들을 알아가며 혼자 쓸 때보다 조금 더 앞을 내다보는 너른 사람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함께의 힘과 가치를 알아버린 나는 앞으로도 그녀들(상승 동맹자)과 꾸준히 쓰며 읽는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p236) 인간성은 결코 혼자서 획득될 수 없으며, 공중에게 주어진 누군가의 작업에 의해서도 획득될 수 없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삶과 인격을 '공적 영역에로의 모험'에 내던진 사람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다른 부류의 개인들이 지니고 있는 비범하고 다양한 것들을 우정의 연대 속에서 함께 가져왔다"   

               -  한나 아렌트  -





이전 14화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릭 루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