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믿지 않겠지만, 나는 사실 너를 만나기 전까지 연애에도 사랑에도 꽤 능숙한 편이었어. 사람마다 달라지는 거라지만 난 그래도 몇 번 정도 반복된 연애에 자신이 있었거든. 이별해도 상처 받지 않는 방법, 상처 받기 전에 관계와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 책으로 써서 낸다면 이별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은 방법들을 많이 알고 있었단 말이야. 그런 것들은 시작하는 데에도 해당되는 말인데, 난 원래 너처럼 내가 죽을 것 같은 사람이랑은 시작 안 해. 그러니까 처음에는 네가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다는 말이야. 헤어진 뒤에도 비만 오면 네 생각에 잠 못 드는 결말로 끝날 줄 몰랐다는 말이야.
하필이면 나한테 온 네가 이 모든 것들의 처음이라서, 이만큼 나이를 먹고도 새벽마다 울 때가 잦아. 나에게 왔다 간 모든 것들 중에서 이렇게 기막힐 정도의 사람은 네가 유일하거든. 유일했으면 좋겠어. 네가 돌아올 게 아니라면 이 기막힌 것들은 앞으로도 모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