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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 Jul 30. 2020

너를 두고 온 날

이별에도 예의가 있다는데, 그 예의라는 게 뭘까. 몇 번이고 곱씹어 봤어. 나는 아직도 그 이별의 예의라는 게 뭔지 모르겠어. 이별이라는 게 둘이 시작한 것들을 모두 흩뜨리는 건데 어떻게 예의라는 게 있을 수 있어. 나는 아직도 네가 이렇게 좋은데, 너는 어떻게 헤어지자고 할 수 있어. 원망 말고 이별에 할 수 있는 게 뭐야. 그런 게 이별이잖아.


그래서 나는 너를 두고 온 날 네 불행을 빌다가, 또 어떤 날에는 너무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하고 또 빌다가, 네가 후회하기를 또 빌었다가, 또 어떤 날은 어울리지도 않게 네 행복을 빌었다가, 그러다가 지쳐 잠들어. 나는 너를 두고 온 그 자리에 너를 두고 온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두고 온 거야. 그러니까 자꾸 이렇게 갈피를 못 잡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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