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 Jul 29. 2020

여전히 가까운 사이

사랑도 의리라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헤어지자는 말을 한 연인을 원망하는 노래 가사가 있었어. 지금은 좀 덜하지만, 지금부터 15년 전에는 그런 가사들이 꽤 유행을 했던 것 같아. 내가 좋아했던 노래도 지금 듣기에는 가사가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단적인 가사들이 많았어. 그래서 지금 들어보면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은데, 그렇게까지 슬프진 않은데, 하며 넘기게 되는 가사들이 많아. 그런데도 사랑도 의리라는 그 말은 이렇게 공감이 된다.

제대로 맞지도 않고, 삐걱거리며 겨우겨우 돌아가던 우리가 돌아가게 했던 사랑은 이제 그 낡은 소리가 익숙해질 때도 되었겠다 싶었어. 서로 이가 몇 개 나간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에는 이가 멀쩡한 바퀴가 조금 더 구르며 태엽을 돌리고, 그러다 보면 또 둘 다 이가 멀쩡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바퀴가 돌아가던 때도 있었어. 근데 너는 그게 못 견디게 힘들었던 거지. 그렇게 못 견딜 만한 거였으면, 우리 사랑이 너한테 그렇게 아픈 거였으면 처음 이가 나간 부분이 맞닿을 때 이야기하지. 그렇게 꾸역꾸역 돌아간 태엽들이 아깝지도 않으냐고 묻고 싶어.

너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그렇게 아파. 네가 웃던 얼굴은 가끔 떠올라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고, 네가 좋아했던 것들에는 이제 손도 잘 안 가. 네가 자주 읽어주던 책은 어디에 갔는지도 모를 만큼 내 책장 구석 어딘가에 박혀 있고, 네가 자주 마셨던 커피 메뉴는 이제 눈길도 잘 가지 않아. 너를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폐허가 되어서 내 옆에 있어. 왜 내 사랑의 끝은 이렇게 늘 절망일까. 이별은 모두가 그저 절망이라는 걸 사랑할 때마다 잊는 것 같아.

이전 07화 너를 두고 온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