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강가에 있는 한 뱃사공의 집에서 잠을 자던 날 밤에 싯다르타는 꿈을 꾸었다.
고빈다가 고행자의 누런 법복을 입고 자기 앞에 서 있었다.
슬픔에 잠긴 고빈다가 말했다.
“왜 자네는 나를 떠났지?”
그는 고빈다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입맞춤을 하였다.
그런데 자신이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고 있는 사람은
이제 보니 고빈다가 아니라 한 여인이었다.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하자 싯다르타는 뱃사공인 집주인에게
강 건너로 실어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은혜를 베풀어주신 은인이시여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고마우신 분이여 당신께 감사의 선물로 드릴 것도, 뱃삯도 없습니다.
바라문의 아들이자 사문인 저는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뱃사공이 말하였다.
“난 당신께 뱃삯을 받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손님에게 선물을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다음번에 나에게 답례의 선물을 주게 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믿으시는 겁니까?” 싯다르타가 기쁜 마음으로 말하였다.
“물론입니다.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온다.
이것도 강물로부터 배운 것이지요.
당신도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자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싯다르타(1922) 헤르만 헤세
도시 입구, 아름답게 울타리를 둘러친 어느 숲 부근에서 방랑객 싯다르타는
바구니를 들고 가는 한 무리의 하인, 하녀들과 가마 속에 탄 부인을 바라보았다.
*카말라여! 그대가 너무 아름답다는 사실에 대하여 감사드리기 위해 온 것이오.
만약 언짢게 여기지 않는다면 카말라여
그대에게 나의 친구가
나의 스승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는 바이오.
도대체 당신은 무슨 일을 할 수 있지요?
나는 사색할 줄 아오. 나는 기다릴 줄을 아오.
나는 단식을 할 줄 아오.
그밖에 할 줄 아는 일은 아무것도 없나요?
아무것도 없소. 아니오.
나는 시를 지을 줄도 아오.
내가 시를 한 수 지을 터이니 그 대가로 나에게 입맞춤을 해 주겠소?
당신의 시가 마음에 들면 그렇게 하겠어요.
녹음이 우거진 정원에 아름다운 카말라가 들어섰고
그 정원 입구에 갈색으로 그을린 사문이 서 있었네
연꽃 같은 그녀를 보았을 때 그가 꾸벅 몸을 숙여 절하자
미소 지으며 카말라가 답례하였네
신들에게 자신을 바치느니, 그 젊은이는 생각하였지
차라리, 아름다운 카말라에게 자신을 바치는 편이 차라리 더 나으리.
그는 언제나 다시 아름다운 카말라를 찾아가서는 사랑의 기교를 배웠으며
주고받는 행위가 어느 곳보다도 가장 잘 하나가 되는 그런 쾌락의 의식을 행하였으며
그녀와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었으며
그녀에게 가르침을 받고, 가르침을 주었으며
충고를 해 주기도 하고 충고를 받기도 하였다.
그녀는 옛날 고빈다가 싯다르타를 이해하였던 것보다 그를 더 잘 이해하였으며
고빈다가 싯다르타와 닮았던 것보다 더 많이 그를 닮아 있었다.
싯다르타(1922) 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