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치유하는 낭독

쉬운 명상 탐구

by 완완


낭독은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한다.

'죽음의 심리학'(권석만) 은 9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필독서지만 혼자 읽기엔 분명 힘든 책이었다. 작년이맘때 같이 죽음과 명상을 공부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책 세 권을 정하고 한 사람이 두 세 페이지씩 돌아가며 낭독했다. 혼자였다면 중간에 금세 지쳐 포기했을 일을 여럿이 함께 하면서 훨씬 부드럽게 해 나갈 수 있었다. 일정 분량을 매일 소리 내 읽으면서 성취감도 느꼈지만 그와 동시에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경험을 반복했다. 그때는 책 내용이 좋고, 비슷한 관심사와 뜻을 가진 선생님들이 좋아서라고만 생각했다.



낭독의 명상 효과

명상은 잠시 멈추고 지금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눈으로만 글을 읽을 때는 다른 생각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오기 쉽고 주의력이 금세 흐트러지는 게 보통이다. 낭독은 눈으로는 글자를 보고, 호흡을 조절하고, 발성과 조음에 집중하며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다시 내 귀를 통해 듣는 전신 활동에 가깝다. 때문에 오히려 정신이 산만해지기 어렵다.


문장을 고르게 읽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호흡의 조절이 중요한데, 선급하게 읽어가면 음을 절거나 목이 메어 음률이 끊긴다. 그러면 듣는 사람도 편안하게 듣기 어려워진다. 안정적으로 읽어나가려면 일단 속도를 완만하게 하고 단어와 문장을 끊어가며 찬찬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거나 허공을 바라보며 하는 명상보다 낭독은 방법이 더욱 간결하고 명확하다.

안정적인 읽기를 위해 속도를 늦추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내다 보면 호흡이 자연스럽게 조절된다. 이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도 낮출 수 있다. 소리를 발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대의 진동은 미주신경을 자극하여 정서적 안정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내 목소리로 하는 셀프 힐링

일상에서 대화를 할 때 우리는 자기 목소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흘려보낸다. 하지만 낭독은 글의 의미를 깨닫는 동시에 자기에게 말을 거는 '셀프 대화'가 되어주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유용한 문장을 들여줄 수도 있고, 고단함이나 외로움 같은 나만 아는 감정을 어루만져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 목소리를 직접 듣는 행위는 뇌의 입장에서도 매우 친밀한 경험이다.

낭독은 마치 타인이 나에게 필요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의식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글을 읽으면, 뇌에서 옥시토신 같은 긍정적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스스로를 치유하는 강력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책을 읽어내기 위해 낭독을 시작했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낭독을 했다.

하지만 이제 오롯이 나를 위한 낭독을 한다. 한두 페이지도 좋고 기운이 있다면 스물에서 서른 페이지도 좋다. 이른 아침의 낭독은 잠을 깨워주고, 잠들기 전 낭독은 긴장을 이완시켜 깊은 잠에 들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직접 경험해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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