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순댓국이라 함은 이래야지...

농민백암순대를 영접한 여자

시청에 일이 있어서 나갔다.

남편이 그 근처에 맛집을 찾아 링크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 영상에서 나오는 맛집 중에 지금 나와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았다.


농민백암순대

오전 11시가 되지 않는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 뒤에 자연스럽게 섰다.

그런데, 늦게 온 몇 명이 창문에다가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아뿔싸! 대기순번!'

그들보다 내가 먼저 왔지만, 그곳 시스템을 알길 없던 나는 그들 뒤에 대기자 명단을 올렸다.


잠시 후, 11시가 되자마자, 결연한 표정의 아주머니들께서 가게문을 여신다.

그리고는 대기순으로 이름을 호명하고, 사람들은 빠르게 자리에 앉는다.

내 대기 번호는 27번 가게 테이블을 보니, 알쏭달쏭 하다.

뒤에 있던 회사에서 장대리 정도로 불릴법한 남자가 20번 안에 들어야 첫 타임에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하! 늦어버린 건가?

약간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아주머니와 대기표를 주시한다.


그때, 보이는 1인 테이블 그 분만 괜찮다면, 합석해서 먹고 싶은 심정이다.

문간에 서서 하염없이 1인 테이블을 쳐다본다. 그가 위너처럼 느껴진다.

순서가 점점 다가온다.

23번, 24번, 25번...

그런데, 25번이 없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아주머니는 26을 외친다.

26번만 없다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저기 멀리서 장대리가 옆에 일행을 데리고 앞으로 나온다.

그렇다. 그가 위너다! 장대리가 위너였다!!!!

결국 나는 다음 타임에 들어가게 되었다.


2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다 먹고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옆을 둘러보는데, 순댓국의 색깔이 내가 알던 뽀이얀 순댓국이 아니었다.

약간은 뭇국 같은 비주얼이라고 해야 할까?

그 비주얼을 보고 급하게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 특으로 바꿔주세요~~~~~"

다급해진 아주머니가 부엌으로 빠르게 뛰어가신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OK사인을 주신다.

신이 난 나는 아주머니께 한 가지를 더 말씀드렸다.


"저 혼자 왔는데요~ 혹시 기다리시는 분 계시면 저랑 합석하셔도 돼요~"

그러자, 아주머니가 난색을 하며, 말씀하셨다.

"저희 사장님이 합석 못하게 하셔요 드시는데, 불편하게 드시면 안 된다고~"

뜻밖에 대답에 놀랐지만, 손님을 생각하는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순댓국을 영접했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뚝배기가 어찌나 보글보글한지 사진을 찍는데도, 연기가 그칠 줄 모른다.

뜨거운 뚝배기에 부추를 가득 붓는다.

한 숟가락 호호 불어가며, 들이킨다.

내가 생각했던 진한 국물 맛이 아니다. 달큰한 고깃국에 수제 순대가 들어 있는 맛이다.

양념새우젓과 맛이 한데 어울려져서 짭짤한 단맛이 난다.

너무 뜨거워, 입을 벌리고 한 김을 뱉어내 본다.

그러나, 더는 기다릴 수 없는 맛이라 금방 숟가락을 입에 가져간다.

아침부터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

잠시 고민했지만, 다음 일정이 있기에 참기로 한다.


비릿한 잡뼈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조미료 없는 깔끔한 국물맛에, 찰랑찰랑 돼지 부속 살이 입속에서 콜라겐이 되어 넘어간다. 익히 먹어봐서 친숙한 맛이지만, 맛이 한 끗 차이로 다르다.

그렇다. 작은 차이이지만, 맛집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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