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ibbling

거실의 전축

사진을 보고 쓴 묘사글입니다.

by 재치있는 스텔라

오래된 LP판들이 트렁크 상자 안에 가득하다.

주인의 손길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두 해지고 바래져 있다.

어린 시절 살던 빌라 거실에 오래된 전축이 하나 있었다.

리모컨이 없던 시절 우리는 티브이를 보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거실에 모여 앉았다.

버튼으로 누르던 티브이옆에 구색을 맞춰 놓여있던 전축!

나이차이 많이 나는 언니들 덕분에 그 전축으로 팝송을 많이 듣고 자랐다.

물론 한국 가수들의 LP도 많았지만, 마이클 잭슨이라던가, 보이즈 투 맨이라던가, 머라이어캐리 같은

팝 가수들의 LP가 즐비했다.

언니들은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도 티브이대신 전축을 틀었다.

턴테이블 위에 LP판을 올리면, 테이블이 돌아가면서 지지직 소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온다.

전축은 생각보다 예민한 녀석이었다.

여름에는 약간씩 판이 늘어져, 테이블을 돌다가 노래가 느려지기도 했고,

먼지를 제거해 주지 않으면, 판이 튀어서 추가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덕분에 전축과 약간의 교류가 가능했다.

그리고 장마철이면, 기압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소리가 내려앉아 더 깊게 울렸다.

지금도 손을 뻗을 면 닿을 것 같은 아련한 그 시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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