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조금만이 안 되는 여자
오늘은 시어머니 제사가 있는 날이다.
천주교 집안이지만, 누구보다 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집은 명절 제사를 없애는 대신
기제사는 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마음이 바쁘다.
우리 제사상에 주요 타깃은 깻잎 전과 빈대떡 그리고 소고기 탕국이다.
이 3가지가 핵심이다. 다시 말해, 가족들이 좋아하는 이 3가지만 목숨을 건다.
음식을 만들기 전에, 제사 모드로 부팅을 하고, 순서를 정한다.
제일 먼저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깻잎 전 속을 먼저 만든다.
다진 돼지고기에, 다진 양파, 당근, 표고 넣고 갖은양념을 한다.
깻잎에 다진 소를 넣고,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물에 넣어 기름에 지진다.
다음으로 소고기 탕국!
사태 한 덩이와, 양지 한 덩이를 볼에 넣고 한 시간 정도 핏물을 뺀다.
큰 솥에, 무, 대파, 양파, 다시마, 통후추를 넣어 끌이다가, 팔팔 물이 오려면
핏물을 빼놓은 고기를 넣는다. 2시간 이상 푹 끌린다.
마지막으로 빈대떡
엄마가 주신 녹두를 반봉지만 쓰기로 한다. 최대한 적게 하고 싶었다.
하루 전날 불려 놓은 녹두에, 찌꺼기와 껍질을 계속 걸러낸다.
불순물이 제거된 녹두를 믹서에 곱게 갈아,
녹두소와 버무린다.
녹두소에는 파, 양파, 양배추, 표고, 삼겹살, 숙주, 배추가 들어간다.
녹두를 한 번에 소와 버무리면 물이 생기기에, 그때그때 갈아서 부친다.
녹두전을 부칠 때, 에그팬을 쓰면, 따로 모양을 잡지 않아도 돼서 좋다.
프라이팬과 전기그릴을 오가며, 열심히 전을 부치다가 생각이 들었다.
분명 오늘 명절도 아니니까, 조금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구워져 나오는 전을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적게 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도통 알 길이 없다.
한광주리 가득 전을 부치고, 제사 지낼 것과 두고 먹을 것을 정리하면서
최대한 적게 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이 많은면 어떠하랴, 깻잎 전과 빈대떡 그리고 탕국은 오늘도 대 성공을 이루어 가족들이 무지 좋아했다.
역시 이 3가지 요리에 대해선 I`m 신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