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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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수요일,
꿈에서 내 생일이었나 보다.
사람들이랑 생일 파티를 하고 아빠가 주신 아주 큰 꽃다발. 알록달록 활짝 핀 꽃들이 예뻤다. 꿈에서도 사랑을 쏟는 아빠의 마음. 그렇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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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전화기를 든다.
시아버지랑 시어머니께 각각 전화를 드렸다. 일하실까봐 조심스레 번호를 눌렀는데 한 톤 더 올라간 목소리로 반갑게 맞아주시는 두 분. 남편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지금처럼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말과 늘 감사하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그리고 지난주 두 분이서 다녀오신 황매산 꽃놀이 얘기도 간단히 전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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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빠랑 엄마 통화.
등산을 가신다는 두 분을 붙잡아두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전했다. 결혼하고 보니 엄마, 아빠의 사랑을 자주 느낄 때가 많다는 말도 함께, 이번 주에 보자는 말을 하고 끊는다. 깜빡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안 했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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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83일차.
조금은 더 가벼워진 복장으로 요가학원으로 갔다. 발등엔 파스를 붙였더니 시원한 냄새가 풀풀 진동한다.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꼬물꼬물거리는 이숭이. 한 발로 균형 잡는 동작에서 계속 비틀비틀거린다. 잘 좀 해볼 거라고 무리했는지 왼발이 또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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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빨래하는 날.
두 명이서 살아도 빨래 거리가 참 많다. 오늘은 옷을 빨고 수건을 반듯하게 개어 넣었다. 새삼 네 명의 빨래를 책임지는 엄마, 그런 엄마의 노고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틈틈이 우리집 곳곳을 빛내는 작약이랑 고무나무를 보며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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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해물라면과 애호박전.
간단하게 라면을 먹기로 했다. 남편의 추가 주문에 진짬뽕에 문어를 넣는다. 그리고 이 것만 먹기엔 약간의 죄의식?때문에 애호박전을 부쳤다. 그렇게 완성된 우리집 저녁밥상. 나는 시원하게 밥 한 그릇을 말아먹었는데 남편은 살찔까 봐 안 먹을 거라고 했다. 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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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유로워라.
평소보다 일찍 영어공부, 감사일기, 일기를 끝냈다. 어느덧 채플린 연설문도 드디어 끝. 그리고 둘이서 가로세로 낱말을 풀어서 완성한다. 응모를 하고 노래를 들으며 한껏 널널한 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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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중학교 때 사용하던 메일을 들어갔다.
아빠가 연습 삼아 보낸 메일도 여러 개 있었다. 이걸 보려고 꿈을 꿨던 걸까. 그때 너도나도 유행처럼 사용하던 충격적인 문체를 보고.. 남편한테 보여줬더니 깔깔깔 웃는다. 이모티콘과 숫자, 영어, 특수문자의 아주 화려한 조합... 왜 이렇게 손발이 오글거리는지.. 버디버디 아이디를 칠판에 쓰면서 자기소개를 하던 고1 그 시절도 생각나고. 옛 친구들, 옛 기억들이 생각나는 5월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