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ve Guys 에서의 폭식
1996년 12월의 어느 날
당시 캐나다의 토론토 다운타운 이튼센터에서 만삭의 아내와 함께 대학교동기를 기다린다.
먼저 유학온 동기는 우리를 관광켜주기위해 만난다. 그리고 New York Fries 를 먹어본다.
이국에서 만나 함께 먹은 첫 음식이 프렌치 프라이였다. 그리고 그 맛이 담백한듯 짠듯 맛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후부터 프렌치 프라이를 즐겨 먹는다. 햄버거는 맥도날드가 제일 질이 낮긴 하지만 그래도 프라이는 맛이 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마다 햄버거도 맛이 다르지만 프라이도 맛이 다르다.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좋아하면서부터 어느 날 프렌드라는 인기시트콤에서 그날의 주제가 뉴욕의 햄버거맛집탐방인것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후에는 프라이를 더 좋아하게 되어 오히려 한국에 오기전에는 햄버거집에 가면 오히려 프렌치프라이, Onion Ring, Yam fries 를 대자로 시켜먹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머니집이 있는 백마역부근 풍동은 내가 좋아하는 프라이를 만족시켜줄만한 상황은 아니다. 차가 없는 나로서는 걸어서 해결해야하는 거리에서는 사실 만족할만한 외식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굳이 에어 프라이기를 도착하자마자 장만하여 다양한 음식들을 에어 프라이어로 해먹는다. 피자, 크로와상, 고구마프라이... 나의 입맛을 만족케하는 것들을 이 기계는 너무 쉽게 잘 해준다.
요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 판교에 갈 일이 생겼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답사차 간다. 새로운 길을 좋아하는 나는 마을버스를 타고 새로 생긴 ( 이미 몇개월전에 개통했다 ) GTX - A 를 타고 서울역으로 간후에 거기에서 판교로 가는 직행버스를 타는 노선을 택했다. 일산에서 무엇을 타든 2시간을 생각해야한다. 대곡역에서 B 7 으로 쓰여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GTA - A 를 탄다. 12분이면 서울역에 도착한다. 경의중앙선에서 가장 빨리 가는게 30분이 걸리는데 참 빠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트를 번갈아 타보면서 생각한다. 시간을 버는게 아니구나. 너무 깊이 파서 만들었구나 ... 역시나 버스가 좋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노인의 도시를 벗어나 젊은이의 도시 판교에 도착해 현대백화점에 도착하니 이제 막 문을 여는 10시 30분이다. 무엇을 하는지 줄을 길게 서 있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줄서기 아르바이트라도 하는지 문을 열자마자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다 푸드 코트를 들어가니 Five Guys 가 보인다. 아침을 안먹고 왔으니 배가 고프기도 하다. 사람도 없다. 2023년 엄마때문에 한국에 와서 마음을 달랠려고 관광한답시고 여의도 현대백화점에 갔다가 Five Guys 앞에서 줄 선 인파로 인해 먹는 걸 포기한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햄버거도 포기하고 French Fries Large 를 시키려고 하니 굳이 Regular 사이즈를 직원이 권한다. 해프닝끝에 대자를 시켜먹었다. 반은 먹고 반은 남겨 에어 프라이를 먹으려 생각했으나 거의 3/4 을 먹고 너무 배가 불러 퍼져 버린다. 아 ! 몸에 안 좋은데 이렇게 포식을 해버렸으니 오늘 하루는 지금 기분이 좋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서는 망치기도 한 하루이다. 그리고 혹시나 집에 와 당수치 쟀다가 휴 ! 역시나 한숨을 쉬며 오늘의 즐거움과 비극을 마무리한다. 그래도 에어프라이에 남은 프라이를 먹어야지.
French Fries 에는 행복한 추억이 가득하다.
처음 캐나다에서 친구와 먹은 맛있는 음식이기에
내 형편에 언제나 사먹을 수 있었던 소박한 가격이기에
소박한 음식이라 절제된 삶을 ( ? ) 추구한 내 철학과도 맞기에
튀김음식이라 건강에 안 좋다고 흘기는 아내의 눈초리를 견디며 지금도 즐겨한다.
그래서 오늘 젊은이의 도시 판교에 와 그 수많은 음식을 마다하고 오랜만에 혼자서 French Fries 를 실컷 먹어서 참 기분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