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Artist Child in Hawaii 5/12
10여 년 전만 해도 나는 내가 아는 한 지구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인색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지나가다 팬시점에서 몇 천 원짜리 파우치가 마음에 들어도 진짜 필요한지 사야겠는지 백만 번 고민하다 사지 않았다. 이 사건을 기억하는 이유는 내 인생과 사정을 잘 아는 절친한 친구가 한숨 쉬며 나를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돈이 없었나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직장인으로서 돈을 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절약과 인색이 온몸에 배고 온 마음에 새겨진 상태였다.
그동안 여러 계기와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많이 벗어난 상태임에도 아직도 너무 좋은 것이 다가오면 놀라며 뒷걸음칠 때가 있다. 하와이에서 가장 핫한 곳에 집을 구하게 됐을 때도, 친한 언니가 하와이에 방문한 기간 동안의 비용과 생일 선물을 겸해 티OO 목걸이를 선물할 때도 그랬다. 그 선물을 기꺼이 기쁘고 감사하게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한 달 전에 집을 구하는 일을 통해 신의 선물, 우리 삶에 가치 있는 것을 주려는 신의 계획에 협조하기로 결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츰 봉인 해제가 되며 시작한 일 중 하나는 댄스. 나는 매주 재즈와 발레를 한다. 보고 따라 한다. 스스로도 믿기 어렵다. 그곳은 집 앞이고 전부터 있던 곳인데 수개월 동안 지나치면서도 뭐 하는 곳인지 미처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주로 낮에 다니기 때문인데, 드물게도 어느 날 밤에 귀가를 하다가 온통 깜깜한 가운데 불이 비추는 그곳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름이 특이해서 뭐 하는 곳인가 하고 찾아보니 명상과 운동, 댄스, 마사지 등 대단히 많은 프로그램을 첫 달에 한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무제한 수강을 제공했다.
시간을 맞춰 이것저것 해보다가 최적화시킨 것이 월요일은 재즈, 화요일은 필라테스, 수요일은 발레, 목요일은 훌라, 금요일은 요가. 이 중 아이러니하게도 훌라는 포기했다. 하와이에 와서 가장 배우고 싶었던 것이 훌라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훌라는 영적인 춤이다. 그 정신세계를 무시하고 몸만 움직인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영혼 없는 훌라가 훌라인가. 세상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그 정신세계, 발바닥으로 땅을 짚는 것을 땅에 키스한다고 표현하는 그 춤의 세계는 나의 신앙세계와 결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인지 운동은 3시간도 할 수 있지만 훌라는 1시간만 하면 온몸에 진이 빠지고 피곤해서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만두기로 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이 나이에 무슨 춤, 유연성과 흥을 요하는 재즈?, 심지어 발레라니. 양다리를 최대한 벌려도 90도인데! 아픈 건 죽기보다 싫어하는데 발가락을 구부리고 마루에 설 수 있을까?' 이런 모든 생각을 뒤로하고 '넌 아직 할 수 있어', '더 늦으면 더 못해', '해보면 재미있을 거야' 하고 나를 달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그 누구보다도 자신에 대한 인색함과 가혹함을 거두어들이고 하와이의 햇살과 알로하만큼이나 따뜻하게 나를 보듬어 주기 시작했다. 나는 3년 전 병가를 얻고 제주도에 가서 한 달 지내기를 원했다. 그때 '너는 좋겠다'라는 엄마의 말이 부러움 반 비난 반으로 다가와 감히 실행하지 못했다. 내가 무언가 하고자 할 때 가족의 반응이 두려웠고 너무나 이기적이라고 생각되어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나는 파괴적인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성을 파괴하는 데 익숙해 있었다. 자신에게 야박하게 구는 것을 통해서.
줄리아 캐머런은 스무 살이고 돈이 있다면, 예순다섯 살이고 돈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과제를 던졌다. 흥미롭게도 내 대답은 동일하다. 프랑스 유학. 그동안 스무 살로 돌아가면 프랑스에 가서 어학연수를 하고 프랑스 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순다섯이라니? 미래에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why not? 별다른 사건이 없다면 은퇴 후 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나! 내가 프랑스 유학을 갈 수 있다니!
은퇴 후 프랑스 유학은 이제 나의 공식 버킷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이전의 인색함과 가혹함으로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래도 되는지 소스라치며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 하와이살이도 상상해 본 적 없지만 여기에 와 있지 않은가. 어쩌면 가족을 위한 작은 마음으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포기한 것을 신께서 보상해 주는 선물은 아닌지 가끔 생각할 때가 있다. 이렇게 신의 선물을 받아들였듯이, 프랑스살이를 통해 내 삶에 가치 있는 것을 주고 더 나아가 사람들과 나누기를 원하는 신의 계획에 기꺼이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글은 줄리아 캐머런의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면서 12개 챕터마다 와닿은 문구에 하와이의 일상과 나 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엮은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