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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희 Sep 19. 2021

마음은 어떻게 닿아있을까?

마음의 크기, 깊이

    사람 관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미묘하다. 서로가 마음을 맞춰 소통하는 건데도 서로 가지고 있거나 느끼는 모양새는 제 각각이다. 그래서 사람은 원래 외로운 거라고 하는 걸까?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면서 굳이 상대와 나 사이에 마음의 크기를 비교하지 않는다. 그저 대화가 잘 되어서, 추억할 거리가 통해서, 그냥 좋아서, 반가워서 등등 우리 사이에 스며들어 온 수많은 복합적인 이유들이 우정을 지속시키는 이유이자 크기를 결정하는 이유일 테지만, 그건 우리가 우정이라는 명목으로 소통하는 그 순간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저울의 기울기가 어떤 모양이든 이 우정을 오늘도 지속하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만큼은 한 마음일 테니까. 하지만 굳이 크기를 따지지 않고 계산하지 않으며 우정을 나누다가도 의도치 않게 상대방 마음의 크기를 확인하는 순간이 온다. 우리의 저울이 평행에 가깝지 않았구나. 그때, 감정은 미묘해진다.



   오랜 시간 좋은 마음을 가지고 공백 없이 우정을 나눈 우리가 그 긴 시간 동안 서로가 느꼈던 우정의 모양이 달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야 했다. 네 마음이 이 만큼인 줄 몰랐다니. 친구는 생각보다 깊었던 내 마음에 놀랐고, 나는 당연하게 나눈 줄 알았던 우정의 깊이가 상대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 그러므로 친구에게 우리 우정의 크기는 내가 생각한 만큼 크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해야 했다. 아니, 내 마음이 크지 않은 거 같아 마음의 크기를 조정하며 균형을 맞춘 거랬다. 깊이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도 어느 정도 맞아야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거니까.



   우리는 오랜 시간 각자 다른 오해를 가지고 우정을 나눴다. 우리는 깊은 우정을 나누는 중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해와 아무리 기다리고 두드려도 더 이상 열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에 대한 친구의 오해. 어쨌든 우리는 각자 다른 방식이었지만 서로 깊어질 마음이 있는 사이었기에 오해를 풀고 다시 합을 맞춰 조금 더 깊어졌다. 긴 시간 나를 기다려준 친구에게 고마웠고 그 시간 동안 외롭지 않았을까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나 또한 우리의 깊이가 나의 오해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사실에, 지나온 시간들이 갑자기 훅 하고 공허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독 SNS 계정을 통해 우리가 이 정도로 친했었나 하는 옛날 친구들과 인연이 닿았다. 단지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 정도로 생각했던 아이에게 스무 명 안팎의 고등학교 친구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고, 연락할 방법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8년 동안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사이라 그저 그런 사이었다 생각했던 아이가 너무 반가워하며 연락이 왔다. 또 우리가 대화해 본 적이나 있었을까 싶게 함께 나눈 시간들이 희미하기만 한 아이가 내 이름씩이나 부르며 (그 아이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또한 낯선 느낌)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심지어 내 소식을 궁금해하기까지 했다. 혹시 내가 잊은 우정일까 봐 나에게는 기억이 희미한 우리들의 우정이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우리는 지금, 서로가 기억하는 우정의 크기가 다른 걸까? 나는 또 언젠가 누구를 외롭게 만들어 버렸을까? 다시 반갑게 찾을 만큼 나에 대한 기억이 좋다는 사실은 다행스럽고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우리 우정 저울의 기울기는 어느 정도로 기울어져 있을까? 감정이 미묘해졌다.     


  

   사람 관계라는   미묘하고 아리송하다. 마음을  곳에는 그만큼 닿지 않은 마음이 그리 크게 쓰지 않은 곳에는 의외로 생각보다 크게 닿아있기도 한다. 나는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닿아있을까? 이제 아무것도   없게 되었기에, 단지 우리의 텔레파시가 통했기를, 우리의 기울기가 어느 한쪽을 너무 많이 외롭게 만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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